주요국 긴축에 G2 무역전쟁까지…세계경제 성장률 떨어진다
"미중 성장률 0.1∼0.2%P↓"…기업심리 악화·시장 충격 더 문제
주요국 긴축·신흥국 불안·유가 변동성에 악재 겹쳐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이 서로 관세 폭탄을 주고받는 무역전쟁을 시작하면서 이미 겹악재에 시달리던 글로벌 경제가 더 큰 충격을 받게 됐다.
주요 2개국(G2) 경제 모두 무역갈등에 따른 타격이 예상될 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 미중 성장률 0.1∼0.2%P 끌어내려…기업활동 악화 우려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15일(현지시간) 낸 보고서에서 미국이 500억달러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1대1' 수준의 보복 관세를 물리면 미·중 모두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0.1∼0.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관의 루이 카위스 아시아 책임자는 "대단치 않은 수치이나 정말 중요한 문제"라며 "불확실성·리스크 증대가 기업 확신과 투자, 그중에서도 국가 간 투자를 짓눌러 세계 경제에 민감한 시기에 중국과 미국, 다른 국가들의 성장률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중국의 성장 둔화에 대한 경고음이 더욱 커졌다.
중국은 1분기 6.8% 성장률을 보였으나 시장 전문가들은 둔화를 전망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조사한 중국 올해 4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6.4%로 4월 말 6.5%보다 낮아졌다.
중국의 올해 4분기 성장률을 6.2%로 전망하고 있는 BNP파리바는 2019년 성장률 전망치도 6.3%로 4월 말보다 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14일 발표된 중국의 5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등 실물지표도 전월치와 시장 예상치를 모두 밑돌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미국 경제를 보호하겠다는 명목하에 추진하는 무역정책이 오히려 미국 경제에 손실을 키우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보호무역정책의 미국 무역수지 개선 효과는 대단히 크지 않지만, 수입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부담과 기업 심리 악화, 보복 관세에 따른 수출 타격, 금융시장 불안 등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클 것이란 얘기다.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대중 관세가 발표되기 전인 14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관세 증가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직접 미칠 영향은 GDP의 0.1% 수준인 250억달러에 불과하다면서, 문제는 기업신뢰와 금융시장이라고 분석했다.
◇ 전 세계가 총성 없는 전쟁터로…금융시장 출렁
게다가 미국의 공격 대상은 중국에 한정되지 않았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보호주의를 내세워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까지 거의 전 세계 이웃 국가들을 상대로 싸움을 걸었고 격한 반발에 부딪혔다.
미국의 관세 폭탄이 상대국의 보복 관세를 부르고 악순환이 이어지면 경제에는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4일 미국이 일으킨 무역갈등에 대해 "거시적 영향을 과소평가하지 말자"라며 "가장 영향을 받을 캐나다, 유럽, 독일이 보복에 나서면 상황은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무라 역시 미국발 무역갈등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국이 일대일 보복에 나서고 미국이 여기에 또다시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관세 급등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경제 전망에 가장 큰 리스크를 제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시장은 이런 위험요인의 등장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15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전날보다 0.73%, 한국 코스피가 0.80% 하락한 데 이어 유럽에서도 유로Stoxx는 0.63% 내렸고 미국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0.34% 하락했다.
로저 존스 런던&캐피털 증시 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또 다른 지정학적 역풍"이라며 "(시장에 미칠 영향을) 정량화하기도 아주 어렵다"고 말했다.
◇ 미·EU 긴축·신흥국 불안…악재 겹쳐 불안감 확대
무엇보다 경제 하방 압력이 동시다발적으로 가해지는 와중에 무역전쟁이 불거진 점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긴 침체의 늪을 벗어나 본격적인 회복세를 겨우 누리고 있는 세계 경제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유럽중앙은행(ECB) 양적완화 종료 방침 등 주요 선진국의 긴축 선회, 이에 따른 달러 강세와 신흥국 통화불안, 자본유출 위험 가중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파기와 산유국 생산 전망 변화에 따른 유가 변동성 심화, 유럽과 중남미, 중동 등 정국 혼란에 따른 불안도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더해 그나마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인 G2 국가의 경기 회복세가 무역전쟁으로 주춤하면 다른 국가들, 특히 신흥국으로서는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카위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중국의 깜짝 경제성장 회복은 다양한 역풍을 맞은 세계 경제에 큰 완충재 역할을 했다"며 "중국 성장 둔화와 미국 관세가 좋지 않은 때에 찾아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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