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핫라인' 가동하면 북미 '비핵화대화' 더욱 탄력
북미정상회담서 상당한 신뢰 쌓인듯…"빠르고 효율적 논의 가능"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직통 전화번호를 알려줬다고 밝힘에 따라 실제 북미 정상이 이 전화로 상시 통화를 한다면 비핵화 협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핵단추'를 언급하며 일촉즉발의 전쟁 분위기를 연출했던 두 정상이 이젠 핵무기 대신 전화기를 손에 쥐고 필요할 때 상시 통화를 하면서 북한 비핵화 협상을 직접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나는 이제 그(김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 나는 그에게 직접 연결되는 전화번호를 줬다"면서 "그는 어떤 어려움이든 생기면 나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 나도 그에게 전화할 수 있다. 우리는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됐다. 매우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미 정상 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핫라인' 가동을 의미하는 발언이다. 북한 표현대로 '교전 관계'에 있는 양국의 정상이 핫라인을 가동할 경우 실무자들의 비핵화 협상이 삐걱대면 언제든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 연결 방식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백악관 비서실과 북한의 서기실(김 위원장 비서실)을 연결하는 전화번호를 알려준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 남북을 연결하는 핫라인은 국정원-통일전선부에 있었고, 최근 다시 개설된 남북 핫라인도 북한 서기실과 청와대를 잇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쿠바 미사일 위기를 계기로 1963년 가동된 미국과 소련 간 핫라인도 미국 국방부와 소련 공산당본부를 연결했다. 이 전화는 핫라인의 원조 격으로 통한다.
북미 정상 간의 핫라인 가동은 비핵화 협상에서 첨예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양측에 '신뢰 구축'의 발판을 마련한 상징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북한의 최고지도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은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계기로 상당한 신뢰가 쌓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핫라인을 활용하면 두 정상의 신뢰가 더욱 깊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핫라인의 장점이 '진심'을 왜곡 없이 신속하게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북미간 진행되는 비핵화 대화에 속도감을 불어넣는 촉매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 진행될 북미 고위급 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과 미국은 지난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이에 대응한 북한 측 고위급 관리간 후속 협상을 개최겠다고 밝혔으며, 폼페이오 장관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내주 언젠가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발표한 '시간표'에 따르면 향후 최소한 '2년 반'은 북미가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과 관련해 수많은 '카드'를 주고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실무 협상 과정에서 이견이 나오더라도 두 정상이 핫라인을 통해 큰 틀에서 합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핫라인 개설은 양 정상간 신뢰를 보여주는 획기적인 조치"라며 "두 정상이 향후 비핵화와 체제보장 협상을 직접 점검하고 이행을 독려하는 등 챙기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남북 정상이 핫라인을 개설하면서 수시로 전화하자고 한 것처럼 북미 정상도 직접 만나지는 않더라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후속 협상 관련 정상간 핫라인 통화가 이뤄진다면 더욱 빠르고 효율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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