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당당한 승장' 케이로스 "우리 선수들 그냥 축구 하게 해달라"
이란 감독, 모로코전 승리 후 소신 발언…"정치 배제해야"
(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승장' 카를루스 케이로스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은 당당했다.
16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모로코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를 1-0 극적인 승리로 장식한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케이로스 감독은 모든 것이 계획대로였다고 말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모로코 팀을 매우 주의 깊게 연구했다"며 "모로코 선수들이 초반에 강하게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초반에 모로코 공격을 철저히 막아 힘을 빼려 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초반 모로코에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주며 고전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 이미 머릿속에 그려온 전술이라는 것이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의 케이로스 감독은 "전반전 가장 좋은 찬스는 이란이 가져갔다. 그 한 번의 기회로 모로코의 수비를 흔들었고 게임을 바꿔놓았다"며 "그때부터 모로코도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이란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석연찮은 이유로 그리스, 코소보와의 평가전이 취소됐고, 나이키는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를 이유로 이란 선수들에게 축구화를 제공할 수 없다고 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훈련장도 캠프도 구하기 어려웠던 상황이 선수들에게 오히려 동기가 됐다고 말했다.
어려움을 승리로 바꿔놓은 이란 선수들에 찬사를 늘어놓은 케이로스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그냥 축구를 할 수 있게 해달라"며 소신 발언을 시작했다.
케이로스는 "그들은 그냥 축구 선수다. 다른 나라 여느 선수들처럼 그냥 축구로서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한다"며 "정치적인 것을 배제하는 것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주된 가치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23명의 이란 선수들에게 매우 불공평한 일"이라며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내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이란 기자가 이날 승리에 대해 질문하며 '기적'이라는 표현을 쓰자 케이로스 감독은 곧바로 바로잡기도 했다.
그는 "기적이 아니다. 선수들이 90분간 집중력을 발휘하고 싸워준 결과"라고 강조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감독을 하면서 슈퍼맨은 만화에서나 존재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누구도 슈퍼맨이 될 수 없다"며 "그러나 팀이 조화 속에서 노력한다면 굉장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승리로 케이로스 감독은 월드컵 첫 경기에서 승리한 두 번째 포르투갈 출신 감독이 됐다.
감독 개인적으로는 징크스로 이어질 뻔한 월드컵 첫 경기 '0-0'의 반복도 피할 수 있었다.
케이로스 감독은 포르투갈과 이란팀을 이끌고 출전했던 지난 두 번의 월드컵 무대에서 첫 경기를 모두 0-0으로 비겼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선 코트디부아르, 2014 브라질월드컵에선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한 것으로, 공교롭게도 두 번 연속 아프리카팀과의 무승부였다.
이번에도 또 다른 아프리카팀과 만나 전후반 90분 0-0을 이어가면서 3번 연속 첫 경기에서 아프리카팀과 득점 없이 비기는 독특한 기록을 안게 될 뻔했으나 극적인 자책골로 징크스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모로코전 승리로, 포르투갈·스페인이 버티는 '죽음의 조'에서 헤쳐나갈 힘을 얻게 된 케이로스 감독은 "다음 스페인 경기를 어떻게 준비할지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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