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참패 한국당, 지도부 줄사퇴에 '기능 마비'
대변인 공석에 논평도 못내…당 수습 방안 놓고 해법 난무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존폐 위기에 몰린 자유한국당은 17일 현재 사실상 '코마'(의식불명) 상태다.
홍준표 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들이 책임을 지고 일제히 사퇴하는 바람에 구심 없이 표류하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15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는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일단 '혁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는 데 공감했지만, 언제 비대위가 출범할는지 알 길이 없다.
당을 어떻게 수습할지를 놓고는 해법만 난무할 뿐이다.
이 때문에 제1야당으로서의 기능은 마비된 모습이다. 이런 '식물정당' 상태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6·15 남북공동선언 18주년이었던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논평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한국당은 침묵했다.
논평을 낼 당 대변인들이 모두 공석이기 때문이다. 한국당에 대한 국민의 성난 민심을 확인한 현실을 고려할 때 현 여권에 대한 비판을 비롯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기도 조심스러운 형편이다.
김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원내지도부가 있지만, 역시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코앞에 닥친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 전략을 마련하는 데 난항이 예상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다음 주부터 원 구성을 위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지만, 제 몸 추스르기조차 힘겨운 한국당 처지에선 여야 협상에 나설 여력조차 없어 보인다.
당 살림 역시 '최소한의 기능 유지'만 해야 하는 현실이다.
지도부 총사퇴와 함께 홍문표 사무총장도 함께 물러나려 했지만, 사무처 직원들의 월급 지급 등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당분간만 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코마'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부 초선 의원들은 지난 15일 10년간 당을 중심에서 이끌어온 중진 의원들을 향해 정계 은퇴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고, 당장 6선의 김무성 의원이 2020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또한, 같은 날 비상 의원총회 직후 초·재선 의원들은 모임을 통해 인적 쇄신 등 당 진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참석자들은 지난 1년간 홍준표 체제에서 당이 잘못 가고 있음을 알면서도 모두가 침묵했다는 자기반성을 하는 동시에 당 재건 방안을 계속 논의해 나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재선 의원들은 18일 오전 11시, 초선 의원들은 19일 또다시 모임을 하고 후속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같이 당의 활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한국당 전체가 더 큰 혼돈에 빠져들 수도 있다.
이른바 '보수 궤멸'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의 퇴진 등 인적 청산 요구가 거세질 뿐 아니라, '보수 재건'을 위한 백가쟁명식 논쟁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당을 해체하고 광야로 나가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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