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신흥국 펀드 줄줄이 손실…자금도 '썰물'
브라질 주식형 펀드는 한달 수익률 -18.08%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신흥국이 통화가치 급락과 자본유출로 위기를 겪으면서 신흥국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도 줄줄이 손실을 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돈줄 조이기에 속도를 내면서 신흥국의 어려움은 한층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신흥국 펀드에 투자됐던 자금도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국내 설정액 10억원 이상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브라질 펀드의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은 지난 15일 기준 -18.08%다.
브라질 펀드는 이 기간 전체 주식형 펀드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낮았다. 최근 브라질은 헤알화 가치 폭락 등 금융 불안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남미 펀드의 수익률도 -12.66%로 극히 저조했다. 경제 규모가 중남미 국가 중 3위인 아르헨티나는 페소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최근 신흥국 통화 위기의 진앙으로 꼽히는 상황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이밖에 신흥유럽(-4.14%), 글로벌이머징(-3.26%), 베트남(-3.16%), 러시아(-1.62%), 브릭스(-1.33%), 신흥아시아(-1.05%) 등 세계 각지의 신흥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은 대체로 부진했다.
이 기간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평균 1.03%인 점을 고려하면 신흥국 펀드의 수익률 부진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북미(3.35%)나 일본(0.77%) 등 선진국에 투자하는 펀드는 플러스 수익을 내고 있다.
신흥국 채권형 펀드 수익률도 -2.65%로 극히 저조했다. 전체 해외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평균 -1.20%다.
이에 따라 신흥국 펀드의 자금 이탈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1개월간 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4천147억원 늘어난 데 비해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3천612억원 감소했다.
이는 신흥국(-369억원), 신흥아시아(-1천131억원), 신흥유럽(-257억원), 중남미(-156억원) 등 신흥국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영향이 크다.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북미 펀드는 설정액이 161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신흥국 채권 펀드 설정액도 465억원 줄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1.75∼2.00%로 0.25%포인트 올렸다. 그러면서 올해 연간 기준금리 인상 횟수 전망도 기존 3차례에서 4차례로 상향 조정했다.
유럽중앙은행도(ECB) 지난 14일(현지시간) 양적 완화(QE) 종료 계획을 밝히면서 '돈줄 조이기'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미국 금리가 오르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고위험·고수익이 특징인 신흥국 자산에서 글로벌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신흥국들의 부채 부담은 커진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로 지난달 신흥국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형성되면서 주식과 채권을 합산한 대부분 신흥국 펀드에서 유출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보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높아지고 달러 강세 흐름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어 신흥국의 상대적 매력도가 선진국보다 낮아질 수 있다"며 "위험자산보다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로 신흥국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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