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 상징 혁신학교, 민선7기 교육감 임기 100여곳 늘듯
현재 1천300여개…진보 교육감 당선인들 앞다퉈 "확대" 공약
학력미달 지적이 장애물…"학력에 대한 관점 바꿔야" 반론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교육감 선거가 '진보진영 압승'으로 끝나면서 진보교육감의 상징인 혁신학교도 내달 1일 시작될 민선 7기 교육감 임기 내 100곳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7일 한국교육개발원 박근영 연구위원의 분석자료를 보면 대구·울산·경북을 뺀 14개 시·도 교육청이 운영하는 혁신학교는 올해 3월 현재 1천340곳으로 1년여 전보다 250곳 늘었다.
혁신학교가 없는 대구·울산·경북은 그간 보수성향 교육감이 계속 선출됐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의 경우 전체의 15.3%가, 중학교는 14.7%가, 고등학교는 6.6%가 혁신학교였다.
혁신학교는 교육부 장관인 김상곤 사회부총리가 경기도교육감이던 2009년 도입했다. 처음 13곳이 지정된 이후 전국으로 확산해 9년여 만에 100여배로 불어났다.
지역마다 약간 다르지만, 대체로 교육청들은 '기존 공교육 틀에서 벗어난 교육과정을 학교가 자율적으로 운영해 학생들이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학습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를 두고 운영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진보성향 교육감 당선인들은 혁신학교 확대를 한 목소리로 공약했다. 구체적인 숫자가 제시된 경우만 합쳐도 앞으로 4년간 100여곳 이상이 추가 지정될 전망이다.
재선에 성공한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현재 43개교인 혁신학교(부산다행복학교)를 2022년까지 65개교 이상으로 늘려 전체 학교의 10% 이상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당선인은 혁신학교(행복배움학교)를 임기 내 100개교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인천 혁신학교는 현재 30곳이다.
'첫 진보 울산시교육감'인 노옥희 당선인은 임기 내 혁신학교를 20개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보수교육감 집권이 계속됐던 울산은 현재 혁신학교가 없다.
재선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혁신학교 확대를 약속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190개교에서 내년까지 200여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3선 고지를 밟은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혁신학교보다 발전된 '혁신미래학교'를 초등학교 3곳, 중학교 2곳에서 시범 운영하겠다고 공약했다.
혁신학교 성과를 '일반화'하겠다는 당선인도 많았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현재 혁신학교는 '미래학교', 혁신학교 전 단계인 혁신공감학교와 일반학교는 '혁신학교'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2022년까지 혁신교육 기본원리를 모든 학교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혁신학교인 행복학교를 '2.0'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일반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교사들이 혁신학교(다혼디배움학교)에 장기간(5년 이상) 일할 수 있도록 '마을학교 선생님'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물론 당선인들 뜻대로 혁신학교를 확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혁신학교 학생 기초학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된 것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혁신고교 학생 중 2016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 평가를 받은 비율은 11.9%로 전체 고교 평균(4.5%)보다 크게 높았다.
혁신학교 만족도가 대학입시가 가까워질수록 낮아진다는 점도 문제다.
2016년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 학생 2천134명을 대상으로 학교생활과 수업성과 만족도를 조사해보니 초등 단계에서는 혁신학교가 일반학교를 앞서지만, 중·고등 단계에서는 일반학교가 높았다.
이에 대해선 학력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반론이 나온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혁신학교 기초학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다수의 연구결과를 보면 혁신학교 학생들의 효능감과 학교생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혁신학교 성과는 학생들이 얼마나 성장하고 실력을 키웠는지로 평가해야 한다"면서 "공존과 협력, 문제해결력 등이 중시되는 미래사회에 맞는 새로운 학력관 정립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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