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왜 '기습 의결'했나

입력 2018-06-15 17:00
수정 2018-06-15 17:05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왜 '기습 의결'했나



노조 반대·탈원전 1주년·지방선거 압승 고려한 듯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이 15일 예고 없이 이사회를 열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4기 백지화를 의결, 발표한 것을놓고 반대 여론을 의식해 '기습 처리'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수원은 이날 오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등 총 4기의 신규 원전 건설사업 종결을 의결했다.

한수원은 이사회 개최 사실을 사전에 언론은 물론 노동조합에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사들에게도 이사회 개최를 통보하면서 비밀 유지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원전 사업 중단에 따른 보상 문제에 대한 정부와의 협의가 전날 마무리되자마자 바로 이사회를 개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수원 노동조합은 "도둑 이사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보도자료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 일시중단을 결정했던 한수원 도둑 이사회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오늘 또다시 기습적으로 도둑 이사회를 열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번 사안은 지역 동의와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결정됐어야만 했다"며 "긴급한 사안도 아니며 회사가 아닌 장소에 숨어서 도둑 회의를 하는 꼼수를 부릴 필요는 더더욱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이사 13명 중 12명이 참석했다.

12명 중 11명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찬성했고, 12명 전원이 신규 원전 4기 백지화에 찬성했다.

이사회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이사회가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직후에 열렸다는 점도 이번 결정에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게 한다.



오는 19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탈핵시대'를 선언했던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1주년이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거 전에는 부담스럽고 고리 1호기 1주년을 앞두고 월성 1호기를 계속 끌고 가기 싫었을 것"이라며 "한수원은 이사회 개최 경과와 경제성 분석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금까지 이들 원전에 들어간 비용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월성 1호기는 2022년까지 운영허가 기간을 10년 연장하기 위해 안전성 강화 등에 5천600억원을 투자했다.

신규 원전 6기에는 설계 용역과 부지 매입 등에 총 3천400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정부에 손실 보상을 요구하겠다고 했지만, 얼마나 보상받을지 불투명하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합법적이고 정당한 손실에 대해서는 보상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에도 적법하고 정당하게 지출된 비용에 대해서는 보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적법하고 정당한 경우에 보전하겠다는 취지로 한수원에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적법하고 정당하게 지출된 비용'에 대한 시각차가 있을 경우 손실 전액을 보상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산업부는 그동안 월성 1호기와 신규 원전을 제외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강제성이 없다며 한수원이 조기폐쇄와 사업 종결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정 교수는 "월성 1호기는 이미 안전성 강화 투자를 완료했기 때문에 앞으로 가동하면 이득이고 안 돌리면 적자가 더 난다"면서 "그런데도 정부는 한수원이 알아서 결정한 것이라고 선을 긋고 한수원은 정부 정책에 따라 결정했다며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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