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 시절 인권유린 공간 '경찰 보안분실' 폐지된다
경찰개혁위 권고 수용…본청·지방청 청사로 이전키로
경찰대, 일반인·재직경찰관에 문호 개방…학장은 개방형 직위 전환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경찰 보안수사대가 국가보안법 위반사범 수사를 위해 사용하는 보안분실이 폐지될 전망이다.
경찰개혁위원회는 보안분실을 경찰청 본청과 지방경찰청 청사로 이전하는 내용을 포함한 '보안경찰활동 개혁방안'을 경찰청에 권고했다고 15일 밝혔다.
과거 '대공분실'로 불리기도 한 보안분실은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을 담당하는 경찰 보안수사대가 근무공간으로 사용하는 별관이다. 전국에 27곳이 있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서울대생 고(故) 박종철 열사를 비롯해 민주화운동에 가담한 여러 인사가 끌려와 고문 등 인권유린을 당했던 공간이다.
개혁위는 "보안경찰 활동은 오로지 '우리와 우리 자손의 안전·자유·행복을 영원히 확보'하기 위한 것이어야 하나 그간 국민과 국가 안전보장보다 집권세력만의 안전보장을 위한 것이었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권고 취지를 밝혔다.
개혁위는 보안경찰이 정치에 관여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안경찰은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 조성을 위해 인터넷에서 댓글공작을 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개혁위는 국보법 관련 이적표현물 감정이 필요하면 공신력 있는 학회나 공인기관 추천을 받은 인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감정과 심의를 맡기라는 권고도 했다.
또 불필요한 장기 내사로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소 6개월 단위로 내사 계속 여부와 범위, 방법 등 내사활동 전반을 재평가하고, 1년 이상 장기 내사가 필요한 사안은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켜 매년 심의하도록 했다.
보안분실은 모두 본청 또는 지방청 청사로 이전하고, 현재 서울경찰청이 종로구 옥인동 보안분실 자리에 건립을 계획하는 보안통합청사에 보안활동 부서가 아닌 여성·청소년 등 인권친화적 부서가 입주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권고를 수용한 경찰청은 보안경찰 정치관여 금지·처벌 등 내용을 담아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본청·지방청 사무공간과 예산 확보 등 준비작업을 거쳐 보안분실 이전도 진행할 방침이다.
폐쇄성·순혈주의 비판을 받는 경찰대 문호를 개방하고, 경찰행정학과 졸업생 특별채용 제도의 형평성 논란이 없도록 채용 방식을 개선하라는 권고도 나왔다.
개혁위는 다양한 인재 확보를 위해 경찰대에 일반대학생·재직 경찰관 편입학 제도를 도입하고, 현재 21세 미만인 입학연령을 경찰관 채용 상한과 동일한 40세 이하로 조정해 입학 기회를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2020년 시행되는 경찰대 남녀 통합모집에 성별 비율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경찰대생도 군복무를 마쳐야 경찰관으로 임용하도록 했다. 학비 전액지원 제도는 학업성취도에 따른 장학제도로 전환하고, 개인부담금도 도입한다.
현재 치안정감으로 임명되는 경찰대학장은 개방형 직위로 전환해 경찰 외부인사를 선발하도록 하고, 대학 운영의 전문성과 일관성 확보를 위해 학장 임기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경찰행정학과 특채는 일단 유지하되 전체 채용 인원의 3% 이내로 제한하고, 시험 과목에 영어와 한국사를 포함하라고 개혁위는 권고했다. 경찰행정학과 전공과목 중 필수 이수과목을 지정, 이를 수강해야 응시 자격을 주도록 했다.
경찰청은 인사혁신처·행정안전부와 협의해 경찰대학장 개방 등 경찰대 관련 권고안 이행을 추진할 계획이다. 경찰행정학과 특채는 시험과목 개편을 추진하되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할 방침이다.
개혁위는 아울러 수사 종결 전에는 사건을 언론 등에 공보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오보 대응 등 예외 사유에 한해 제한적으로 공보하고, 무죄추정 원칙에 반하지 않도록 공보 방식과 표현에 유의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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