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북핵협상 수석대표들 조언…"北美조치들 등가적으로 연결해야"
"한미 조율 중요…로드맵 작성 과정의 진통 인내심 가져야"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6·12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다시 굴러가게 된 가운데, 과거 북핵 협상에 몸담았던 전직 고위 외교관들은 향후 북미가 취할 조치들을 그 중요성에 따라 등가적으로 맞춰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미 간의 긴밀한 조율을 통해 우리의 이해관계를 반영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2006∼2008년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1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앞으로 협상할 의제를 정한 것이기에 향후 이행 로드맵 협상이 중요해졌다"며 "대북 제재 해제, 주한미군 문제, 평화체제 구축, 북미수교, 대북 안전보장 등이 비핵화의 진도와 어떻게 연결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북미가 취할 모든 행동의 값어치를 설정해서 그 값어치에 따라 양측이 취할 조치들을 등가적으로 상호 연결하는 것이 중요한데, 북한 입장에서 제재 해제와 평화협정, 북미수교 등에 높은 값어치를 매기는 만큼 그런 부분에서 미국은 북한에 쉽게 양보하지 말고 '빨리 받고 싶으면 비핵화를 빨리하라'는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9∼2011년 6자회담 수석대표를 역임한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미국이 나서서 협상을 주로 하는 셈인데, 우리의 이해를 반영하고 우리 이익 손상을 피하려면 미국과 잘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위 전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언급은 협상 카드일 수 있고, 그것이 우리 정부가 '불가하다'고 보는 일은 아니었기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목소리는 크게 나오지 않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한미 간 협의가 충분치 않았던 정황이 탐지된다"며 "한미가 손발을 잘 맞춰가며 북미 간에 서로 주고받을 카드를 잘 운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 전 대사는 "북미 정상이 큰 틀만 이야기하고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경로를 설정하지 못했기에 앞으로 할 일들이 많다"며 "그래서 나는 낙관하는 입장도 아니고, 부정적으로 보지도 않는다. 협상을 담담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3∼2005년 초대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으로 로드맵을 만드는 과정에서 상응 조치들을 배열하기 위해 서로 밀고 당기기를 할 텐데,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니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며 "디테일 협상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과장할 필요도 없고, 인내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로널드 레이건과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1986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개최한 정상회담 당시 군축 협상이 결렬됐지만 양 정상이 결렬을 통해 반성하게 됐고 핵무기의 중요성과 위험을 인식하면서 상호 궁합이 맞기 시작한 것이 이듬해 12월 차기 정상회담에서의 중거리미사일폐기(INF) 협정 서명으로 연결됐다"며 "이번 북미정상회담 합의에 구체성이 없다고 해서 실패로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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