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패 최다 2위' 롯데, 구멍난 용병술에 새는 바가지

입력 2018-06-15 10:45
'역전패 최다 2위' 롯데, 구멍난 용병술에 새는 바가지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실패에서 배우지 못할 때 생긴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9-11로 역전패했다.

6점 차의 넉넉한 리드가 있었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다. 롯데의 시즌 21번째 역전패다. 리그에서 역전패가 가장 많은 NC 다이노스(22패)보다 1경기가 적을 뿐이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9-3으로 앞선 6회초에 선발 펠릭스 듀브론트를 내리고 두 번째 투수로 진명호를 투입했다.

그 전날 경기와 완벽하게 겹치는 투수 교체였다. 진명호는 13일 경기에서 9-4로 앞선 7회초에 등판해 ⅔이닝 4실점의 극심한 난조를 보였다.

하루 만에 구위가 살아날 수는 없었다. 진명호는 3타자 연속 볼넷으로 무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하고 교체됐다.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한 진명호는 더그아웃에 들어와 수건에 얼굴을 파묻었다.

진명호는 5월 1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하며 2009년 프로 입단 이후 가장 화려한 봄날을 보냈다.

하지만 박빙의 상황에서 등판해 너무 많이 던졌다. 5월 26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38구를 던진 이후부터 진명호는 예전의 날카로움을 잃었다.

6월 들어 평균자책점은 20.25로 치솟았다. 하지만 조 감독은 진명호에게 의존했고, 똑같은 실패를 반복했다.

그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카드는 송승준이 있었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한 송승준은 6일이나 휴식을 취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조 감독은 송승준을 아끼고 다른 불펜 투수들에게 연투를 시켰다. 장시환은 3연투를 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9-11로 전세가 뒤집힌 8회초에야 송승준이 등판했다는 점이다. 송승준은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송승준을 미리 투입했다면 경기 결과는 달랐을 수 있다. 하지만 롯데는 쓸 수 있는 투수를 모두 소모하고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롯데의 지난해 후반기는 팬들 사이에서 '역대급' 시즌으로 불린다.

롯데는 지난해 7월까지 7위에 머물다가 후반기 승률 0.684(39승 1무 18패)의 놀라운 스퍼트로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조쉬 린드블럼-브룩스 레일리-박세웅-김원중-송승준의 탄탄한 5선발에 박진형-조정훈-손승락이 뒷문을 탄탄하게 지켰다.

선발이 기본으로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면 박진형-조정훈-손승락이 1이닝씩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승리공식을 썼다.

하지만 올 시즌 박세웅의 부상과 새로운 에이스 듀브론트의 난조가 겹치면서 조 감독의 마운드 구상은 어그러졌다.

불펜에서는 필승조의 세 축인 박진형, 조정훈, 손승락이 모두 부진했다.

지금이야말로 감독 3년 차인 조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휘해야 할 때지만 정작 조 감독은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두드러진다.

마운드에 대한 불안 심리는 자신이 믿는 투수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즌 초반 박진형에게 그랬고, 최근 들어서는 진명호, 오현택에게 그렇다.

구위 저하로 휴식이 필요한 시기에 오히려 활용도를 높이고 있으니 역전패가 불 보듯 뻔하다.

롯데가 현재 8위 자리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반복되는 실패와 거듭된 오판 탓이 적지 않아 보인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