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난당한 콜럼버스의 1493년 편지 사본 교황청에 반환

입력 2018-06-15 03:01
수정 2018-06-15 14:50
미국, 도난당한 콜럼버스의 1493년 편지 사본 교황청에 반환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525년 전 쓴 편지의 도둑맞은 필사본 한 부가 교황청에 반환됐다.

교황청 공보실은 칼리스타 깅리치 주교황청 미국 대사가 14일 이 사본을 원래 주인인 교황청 문서고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깅리치 대사는 이날 수 천 점의 진귀한 유물이 보관된 바티칸 문서고에서 열린 전달식에서 "우리는 적법한 주인에게 이 편지를 돌려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 편지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유럽으로 귀환하던 1493년 2월, 자신의 후원자였던 에스파냐 왕국의 페르디난드 왕과 이사벨 여왕에게 쓴 것으로, 신대륙을 발견하기까지의 여정과 향후 항해에 대한 지원 요청 등이 담겨 있다.

스페인어로 쓰인 콜럼버스의 편지 원본은 같은 해 로마에서 라틴어로 번역돼 여러 장의 필사본으로 재작성됐다. 이 라틴어 편지는 유럽과 교황청 등에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알리는 매개체가 됐다.

이날 반환된 편지는 라틴어 필사본 원본 중 하나로, 세로 18.5㎝, 가로 12㎝ 크기의 종이 8쪽으로 구성돼 있다. 교황청은 1920년대에 이 편지를 입수해 소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청은 그러나 2011년 미국 희귀문서 전문가로부터 바티칸 문서고에 소장된 콜럼버스의 편지가 가짜라는 통보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에 관여한 미국 국토안보부와 교황청 문화재 전문가들은 바티칸에 있던 원본 편지를 누군가가 어느 시점에 몰래 가짜로 바꿔치기한 뒤 원본을 미국으로 반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바티칸에 있던 원본은 미국 남부 애틀랜타에 거주하는 보험계리사 로버트 파슨스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당시 드러났다.

원본 소지자는 도난당한 것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이 편지를 2004년 뉴욕의 희귀 서적 거래업자로부터 87만5천 달러(약 9억5천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슨스가 사망한 뒤 그의 부인이 편지의 반환에 동의함에 따라 콜럼버스의 편지는 다시 대서양을 건너 교황청으로 되돌아왔다.

한편, 미국 정부는 최근 몇 년 새 콜럼버스의 도난당한 또 다른 라틴어 편지 필사본 2부도 회수해 각각 이탈리아 피렌체와 스페인 바르셀로나 도서관에 반환한 바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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