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SNS 몰입하면 공감 능력 떨어져"

입력 2018-06-14 17:10
"스마트폰·SNS 몰입하면 공감 능력 떨어져"

미국 심리학자 셰리 터클 저서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루이스는 얼마 전 아버지가 자살해 정서가 불안정한 상태인 소년이다. 어느 날 루이스의 같은 반 학생 애나는 점심시간에 친구와 이야기할 때 루이스가 자꾸 끼어들어 말을 끊는 바람에 화가 났다. 다음 날 학교는 발칵 뒤집혔다. 애나가 페이스북에 "루이스가 자기 아빠처럼 끝장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올렸기 때문이다. 교장실에 불려간 애나는 왜 그랬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그냥 페이스북인데요 뭘."

이 일화는 미국의 유명 심리학자 셰리 터클이 저서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민음사)에서 요즘 청소년들의 SNS 소통 방식을 지적하며 소개하는 사례다. 그는 "애나가 다른 사람을 상처받지 않는 대상으로 생각하게 된 데는 페이스북이 어느 정도 책임이 있었다. 잔혹하게 굴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심어 준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는 남을 괴롭혀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공격적이고 저속하게 군다.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는 우리에게 사람과 대화하고 있음을 상기시키기 때문에 대부분 예의가 작동한다. (…)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셜미디어는 순간적으로 자신감을 증폭시키기 때문에 자제력을 억제한다." (229쪽)

터클은 2013년 12월 뉴욕 업스테이트에 위치한 홀브룩 중학교 교장에게서 연락을 받고 이 학교 교사들을 상담하러 간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예전처럼 우정을 쌓지 않는 것 같다. 서로 안면은 있는데 피상적인 관계에 그친다'며 교육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교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학생들의 공감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을 야기한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역시 휴대폰이다. "아이들은 식당에 앉아 휴대폰을 들여다봐요. 뭔가 같이 하고 있을 때는 휴대폰 속의 뭔가를 하는 거예요."

이런 풍경은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현장, 사회 일반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SNS가 개개인의 삶을 지배하다시피 하면서 전 세계가 맞닥뜨린 문제이기도 하다. 하버드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따고 MIT 교수로 있는 유명 심리학자 셰리 터클은 이 책에서 인류에게 닥친 이 새로운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역설한다.



스마트폰, 소셜미디어와의 밀착은 대화의 단절로 귀결되고, 이것이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기르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대화의 단절은 사람들이 정교하게 협업해야 가능한 사회적 행동이나 창조적인 공동 작업도 이루기 어렵게 한다고 그는 말한다.

"테크놀로지가 공격하는 대상은 우리의 공감인 듯하다. 휴대폰은 침묵할 때도 대화를 억압한다. 주위에 휴대폰이 보이기만 해도 유대감과 상대에 대한 집중력은 약화된다." (13쪽)

저자는 이 책에서 내내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대화를 해보라고 말한다. 가족, 친구, 애인, 동료들까지 우리에게 중요한 모든 사람과의 만남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느라 상대방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습관을 버리고 현실에서 눈앞에 있는 사람과 진짜 필요한 대화를 하라는 것이다. 특히 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있을 때 끊임없이 스마트폰을 본다면 아이들 역시 대화할 줄 모르게 되고 공감 능력을 갖추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저자는 또 "(내 오두막 안에) 의자가 세 개 있다. 의자 하나는 고독을 위한 것이고, 의자 둘은 우정을 위한 것이며, 의자 셋은 사교를 위한 것이다"라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을 인용해 인간에게 고독한 시간과 사교의 시간이 똑같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므로 스마트폰에 모든 시간을 할애하면서 자아를 잃지 말라고 조언한다. "테크놀로지를 거부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찾자"는 것이다.

"고독은 자의식을 단단하게 다지는 동시에 공감력을 끌어올린다. 그러고 나면 타인과의 대화는 자아 성찰을 위한 풍부한 밑거름이 된다. 혼자일 때 함께 이야기할 마음가짐을 갖추게 되고, 함께할 때 좀 더 생산적인 고독에 임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런데 테크놀로지는 이 선순환을 방해한다. 테크놀로지는 무엇보다 고독, 즉 소로의 '의자 하나'를 방해한다." (21쪽)

황소연 옮김. 524쪽. 2만1천원.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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