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선거] 민주당, 울산 기초단체장 5석 '싹쓸이'
보수 침몰…4년전 새누리당 석권 때와 거꾸로 뒤집혀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울산 5개 기초단체장 선거를 모두 석권했다. 반면에 4년 전 새누리당 시절 5곳을 싹쓸이했던 자유한국당은 단 한 곳도 수성하지 못한 채, 절치부심하며 4년 뒤를 기약해야 할 신세가 됐다.
14일 오전 5시 현재 개표가 막바지인 가운데 울산 기초단체장 5개 선거구 모두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해졌다.
울산의 광역시 승격 이후 치러진 2회(1998년)부터 6회(2014년)까지 다섯 차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단 한 번도 5개 구·군 단체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반대로 한국당은 2회 3석, 3회 3석, 4회 4석, 5회 3석 등 매번 과반을 차지했고, 급기야 6회 지방선거 때는 5석을 싹쓸이했었다.
민주당은 울산에서 기초단체장을 처음 배출하는 동시에 5석을 모두 석권하는 기록적인 성과를 거두게 됐다.
울산의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중구는 줄곧 보수 성향의 구청장을 배출했다. 앞선 다섯 차례 선거에서 네 차례는 한국당 후보가, 한 차례는 보수 성향 무소속 후보(조용수 전 구청장)가 당선됐다.
이번에는 전 중구의장 출신 민주당 박태완 후보와 3선에 도전하는 한국당 박성민 후보가 맞대결을 펼쳤다.
제3의 후보 없이 펼쳐진 진검승부에서 결국 민주당 박 후보가 현직 프리미엄을 누렸던 경쟁자를 따돌렸다.
민주당 박 후보는 도시형 공장 조성, 소프트웨어 청년 창업지원 등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워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었다.
그는 "천 년 이상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인 중구의 행정을 맡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면서 "중구의 역사·문화·자연환경을 기반으로 전국적인 문화관광도시로 성장시키고,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맞춰 지체된 혁신도시의 새 성장을 이끌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울산 최대 인구가 거주하고 상권·교통 중심지이기도 한 남구에서는 민주당 김진규, 한국당 서동욱 후보가 막판까지 각축을 벌였다.
남구 역시 앞선 다섯 차례 지방선거에서 모두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이 깃발을 꽂았다.
이번 선거에서는 동별 투표함을 열어 개표할 때마다 1·2위가 뒤바뀌는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지만, 결국 김 후보가 웃었다.
그는 특히 선거운동 기간 선거공보물 등에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발당하는 악재를 딛고 승리했다.
김 후보는 의료관광 메카 조성, 울산항 물류사업 확대, 북방 경제협력 강화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김 후보는 "울산은 한국당 성향이 강한 지역이고, 그중에서도 남구는 단 한 번도 한국당이 구청장 선거에서 패하지 않은 곳이어서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면서 "어느 곳에서나 친근하게 자주 보고 막걸리 한잔 할 수 있는 이웃 같은 구청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조선업 도시 동구에서는 민주당 정천석 후보와 한국당 권명호 후보가 각각 1·2위를 기록했다.
정 후보는 초반부터 표차를 벌리면서 일찌감치 판세를 결정지었다.
권 후보는 재선에 도전했지만, 조선업 위기로 지역경제가 침체에 빠진 탓에 현직 프리미엄을 전혀 누리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 후보는 조선업체 고용 안정, 바다 연안자원 관광화 산업 등을 약속했다.
그는 "동구 주민들의 간절함과 일 잘할 구청장이라는 믿음이 컸다"면서 "정부 사업과 지원이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해서 조선업 불황과 지역경제 위기를 잘 극복하겠다"고 다짐했다.
단일 공장 기준으로 세계 최대 자동차공장이 있어 노동자 표심이 강한 북구에서는 민주당 이동권 후보가 재선을 노린 한국당 박천동 후보를 따돌렸다.
북구 역시 초반에 이 후보가 크게 치고 나가면서 예상보다 싱거운 승부가 됐다. 민중당 강진희 후보가 만만찮은 득표력을 보였지만, 이 후보의 독주에는 별 지장이 없었다.
이 후보는 "저녁이 있는 삶, 행복도시로 바꾸어 달라는 북구민의 염원이 담긴 승리라고 생각한다"면서 "교통 중심의 도시 인프라 구축을 최우선으로 과제로 삼을 것이며, 다른 후보가 내놓은 공약 중에서 북구민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기꺼이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도농복합지역인 울주군에서는 민주당 이선호 후보와 한국당 이순걸 후보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접전을 벌였다.
신장열 군수의 3선 연임 제한으로 유일하게 현역 프리미엄을 지닌 후보가 없는 선거구이기도 했다.
개표 초반 한동안 한국당 이 후보가 1위를 내달렸지만, 결국 인구 밀집지이자 젊은 층이 다수 거주하는 범서읍에서 역전에 성공한 민주당 이 후보에게 승리가 돌아갔다.
민주당 이 후보는 혁신형 국립병원 유치, 신재생 에너지 메카 조성, 원전해체 연구단지 조성 등을 대표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는 "보수 지지율이 높은 지역의 민심을 얻고자 노력했으며, 앞으로 이념과 정당을 넘어 울주군민 모두의 사랑을 받는 군수가 되겠다"면서 "군민의 소리에 귀를 열고 민원을 챙기는 일에 소홀히 하지 않겠으며, 이를 위해 군수실을 민원실 옆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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