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법원 "공유경제기업 종업원은 근로자" 판결

입력 2018-06-14 01:12
영국 대법원 "공유경제기업 종업원은 근로자" 판결

"유급병가·최저임금 등 근로자 권리 적용돼야"

우버 등 다른 공유경제기업 유사 소송에도 영향 전망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이른바 '긱 이코노미(Gig economy·긱 경제)'의 노동자는 회사에 소속돼 일하는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영국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긱 경제'는 기업과 노동자가 고용 계약이 아닌 서비스 제공 계약 형태를 맺고 일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판결은 우버, 딜리버루 등 다른 공유경제 기업의 노동자 지위 관련 유사소송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영국 대법원은 이날 핌리코 플러머즈(Pimlico Plumbers)의 종업원 게리 스미스가 해고된 뒤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6년간 핌리코 플러머즈를 위해 풀타임으로 일한 노동자는 병가급여와 최저임금 등의 권리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국 고용위원회는 이번 부당해고 사건을 처리하게 된다.

앞서 스미스는 2005∼2011년 런던의 배관회사인 핌리코 플러머즈를 위해 일했지만, 한편으로는 부가가치세 등록 자영업자 신분이었다.

스미스는 심장마비를 겪은 뒤로 회사에 주 5일 근무에서 3일 근무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핌리코는 그의 요청을 거절하고 핌리코 플러머즈 브랜드가 붙은 밴 차량을 회수했다.



스미스 입장에서는 사실상 해고를 당한 셈이 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은 회사를 위해 일한 근로자기 때문에 최저임금과 유급휴가 등이 적용되는 등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핌리코는 스미스의 경우 일반 근로자가 누릴 수 없는 많은 수익과 휴가 등이 허용됐고, 자신의 지위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가 이뤄진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영국 고용 재판소와 항소법원이 잇따라 스미스의 손을 들어준데 이어 이날 대법원 역시 스미스가 근로자라는 기존 판결을 유지했다.

이번 재판 결과는 일단 영국 내에서만 적용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핌리코 뿐만이 아니라 우버나 온라인 음식배달업체인 딜리버루 등 다른 공유경제기업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버의 경우에도 운전자를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결정에 반발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로펌 '테일러 웨싱'의 파트너인 숀 네즈빗은 "대법원이 간결한 방식으로 기존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이는 법원이 원칙을 확립했으며, 이같은 경향을 굳히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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