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선거] 서울교육감 '깜깜이' 선거…보수후보 예상밖 선전
조 교육감 50% 안팎 득표…'현직 프리미엄' 추구 지적도
보수 박선영 30%대 득표 예상…여론조사 크게 뛰어넘어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13일 지방선거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승리뿐 아니라 '숙제'도 남겼다.
KBS·MBC·SBS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와 이날 오후 11시까지 개표결과 등을 종합하면 조 교육감은 최종적으로 50% 안팎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자구도 선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만족할 만한 성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어느 때보다 '깜깜이'로 진행됐다는 비판이 많았다. '인기투표' 성격이 강했다고 볼 수 있어 50%대 득표율이 온전히 조 교육감 공약이나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 선거 전 마지막으로 공개된 방송 3사 여론조사에서 서울시교육감으로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거나 "모르겠다"고 한 응답자가 과반인 52.1%나 됐다.
해당 여론조사는 KBS·MBC·SBS 등 방송 3사가 지난 2~5일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서울에 거주하는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천8명을 대상으로 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 3.1%였다.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 성별·연령·지역별 가중값이 부여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다.
일각에서는 조 교육감이 조용한 선거를 표방하며 고의든 '미필적 고의'든 깜깜이 선거를 이용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쟁점을 만들지 않는 선거전략으로 선거전을 '인지도 싸움'으로 몰아 '현직 프리미엄'을 극대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진보성향 교육시민단체로 구성된 '2018 서울교육감 시민선택'은 조 교육감 선거공약을 "대체로 교육감으로서 지난 4년간 추진했으나 실효성이 떨어진 정책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조 교육감 선거캠프 관계자는 "기존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데 선거운동 방점을 뒀다"면서 "학부모들 관심이 많은 대학입시제도 등에 대해 의견을 내놓을 수도 있었지만, 현직 교육감으로서 권한 밖 일에 무책임하게 공약을 발표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과 교육철학·정책 면에서 대척점에 서 있는 박선영 후보가 예상보다 높은 득표율을 올린 것도 조 교육감으로서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점이다.
박 후보는 개표가 16%가량 진행된 13일 오후 11시 20분 현재 32.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방송 3사 여론조사에서 10.5%의 지지율을 얻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선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교육감 선거가 진보와 보수의 진영싸움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박 후보가 보수후보 몫의 표를 가져간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박 후보가 제시한 공약이 강남권 학부모를 중심으로 호소력을 지녔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후보는 학생·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100% 보장하고 선택받지 못한 학교는 사실상 퇴출하는 고교경쟁체제를 공약했다. 또 대학입시에서 정시모집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후보인 조영달 후보도 15% 안팎을 득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영달 후보는 학교뿐 아니라 대학·기업 등에서 진로교육을 받는 고교학점제 모델인 '드림캠퍼스'와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를 존치하되 학생 선발방식을 추첨제로 전환하고 과학고·과학영재학교를 위탁교육기관으로 전환하는 '사실상의 고교입시 폐지'를 약속했다. 그는 '교육의 탈정치'도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승리선언 기자회견에서 "두 후보의 진심과 장점이 많다고 생각한다"면서 "두 분이 추구한 가치를 받아 더 큰 서울교육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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