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박원순, 큰 거 한방 대신 세심한 '침술요법'…생활밀착 시정

입력 2018-06-14 00:53
3선 박원순, 큰 거 한방 대신 세심한 '침술요법'…생활밀착 시정

"시민 삶 바꾸겠다" 강조…자영업·청년·보육정책 방점

강남북 격차 해소 주력…미세먼지 감축·노후건물 관리 등 과제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땅과 건물에 투자하던 도시가 사람의 미래에 투자하는 도시로 바뀌었습니다. 복지를 낭비라고 여기던 도시가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도시로 바뀌었습니다."

3선 성공이 확실시되는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선거 운동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을 선택해달라며 강조한 말이다.

박 후보가 '시민 삶을 바꾸는 10년 혁명'을 내걸어 시민들의 선택을 받은 만큼 3기 서울시정은 굵직한 '한 방'보다는 시민들의 일상을 소소하게 바꾸는 '박원순표 행정'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1년 10월 보궐선거에 당선된 이후 7년간 서울시를 이끌어 온 박 후보는 청계천·한강 르네상스 등 대형 프로젝트를 공격적으로 추진한 전임 이명박·오세훈 서울시장과 차별화한 행정을 펼쳐왔다.

그는 "굵직한 한 방보다는 곳곳에 침술요법을 써 시민 삶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며 1기 시정에서 채무 감축, 복지예산 증대,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중점적으로 시행했다.

서울시립대 등록금을 50% 낮춘 '반값등록금', 친환경 무상급식을 도입하고 시민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협치'를 강조했다. 한 대학생의 제안으로 도입한 올빼미 버스(심야버스)는 협치의 대표 사례다.



세월호 참사로 '안전한 서울'에 대한 요구가 커진 상황에서 2014년 출범한 2기 시정은 안전 관련 정책에 방점을 뒀다.

동시에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비율을 30%로 높이고, 복지 사각지대에 있던 7만2천여 가구를 끌어안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를 시행하는 등 복지정책을 강화했다. 서울시 복지예산은 2011년 4조8천억원에서 올해 10조원으로 2배 늘었다.

생활임금 도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이사제 채택 등 노동정책에도 힘을 실었다.

박 후보는 3기 시정에서도 '사람 중심'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특히 자영업자, 청년, 보육정책에 방점을 찍었다.

핵심 공약은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 3종 세트'다. 핀테크 기술을 활용해 자영업자 영업이익의 30∼50%를 차지하는 수수료 부담을 덜어줄 '서울 페이'와 유급병가제도 도입, 고용보험료 지원을 약속했다.

또 "돌봄이 부모의 부담이 아니라 시민 권리로 확장되는 도시를 만들겠다"며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비율을 50%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청년들을 위해선 신혼부부 1만7천쌍에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청년미래기금을 만들어 1인당 최대 3천만원을 저리 대출해주기로 했다.



남북관계가 해빙기를 맞은 만큼 서울시 차원의 남북교류 정책도 활발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경평축구 부활, 제100회 전국체전의 서울-평양 공동개최를 제안한 박 후보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평양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남북 철도 연결 논의와 함께 서울역을 '개조'하는 작업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박 후보는 "유라시아 횡단철도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이 될 서울역을 명실상부한 국가 중앙역으로 개조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혀왔다.

또 서울 내 저개발 지역을 일자리·혁신성장 거점으로 육성하고, 강북 철도 교통망을 적극적으로 확충하는 등 강남·북 균형 발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박 후보의 업무 추진력은 문재인 정부와 호흡을 맞추며 한층 강화되겠지만, 만만치 않은 숙제도 있다.

당면 과제는 미세먼지 감축이다.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박 후보는 미세먼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공격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경쟁 후보들은 "미세먼지 때문에 전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다닐 수 없는 지경인데 제대로 한 게 없다"고 공격했다.

이에 그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아직 대기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해 송구하다"며 수도권, 동북아 도시와 협력을 강화하고 전기차 등 친환경 차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달 초 용산 재개발 지역에서 4층 건물이 무너져 내린 것을 계기로 촉발된 노후건축물 관리와 재개발·재건축 지역 정비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박 후보가 "벽화만 그리고 있다", "페인트칠만 하는 수준"이라는 비판을 이겨내고 주요 정책인 '도시재생'을 어떻게 확장·정착시킬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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