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선거] 평화·개혁 휩쓸다… 전국 파란색 물결
보수야당 심판론 작동…구 여권, 1년새 중앙·지방권력 모두 내줘
정부·여당, 국정동력 강화…한국·바른미래, 내홍·정계개편 주목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6·13 지방선거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로써 전국 정치지도는 대구·경북(TK)과 제주를 빼곤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으로 물들었다.
'민주당 압승, 자유한국당 참패'로 요약되는 지방선거 성적표는 지난해 5월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높은 지지, 나아가 보수 야당에 대한 차가운 민심을 여실히 반영한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여 만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민주당이 사실상 '싹쓸이 승리'를 거두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 동력 및 개혁 드라이브는 강화될 전망이다.
반대로 보수 야당에 대한 호된 채찍질은 한국당을 비롯한 현 야권의 재편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에 실시된 지난해 5월 대선에 이어 '여당의 무덤'으로 불리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중앙에 이어 지방까지 '권력 교체'를 완성하게 됐다.
이는 '촛불 민심'이라는 도도한 광장권력의 효과로 분석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강하게 분출된 적폐청산과 국정개혁에 대한 민심이 지방선거에서도 여전히 작동하면서 구(舊)여권 세력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심판대에 올랐다는 점에서다.
즉 이번 선거에서는 '문재인 정부 심판론' 보다 '보수야당 심판론'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탄핵 사태 이후 스스로 '진보·중도층'이라고 답하는 응답자가 증가한 동시에 '보수층'은 감소, 유권자의 이념지형이 이전과 달라졌다는 점이 재확인됐다는 의미도 있다.
민주당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미투 낙마',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를 둘러싼 드루킹 의혹,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의 여배우 스캔들 등 각종 악재가 민주당을 강타하고 문재인 정부의 '민생경제 실정론'이 확산했지만, '민주당 대세론'이 유지된 것도 이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지방선거 국면과 함께 불기 시작한 '한반도 훈풍'은 민주당으로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기울였다.
4월 27일과 5월 26일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선거 전날인 지난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으로 점점 고조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민주당 압승의 주요 요인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한반도 해빙'을 위한 북핵 및 평화외교 움직임이 연일 화두에 오르면서 "문재인 정부의 민생 파탄을 심판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은 물론 다른 지방선거 이슈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것이다.
여기에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를 한층 더 공고히 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5월 2~3일 여론조사에서 83%의 국정지지율을 기록했고, 민주당도 창당 이래 최고치인 55%까지 지지율을 보이는 등 선거 기간에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다.
반면 한국당은 남북 정상 간 판문점선언 등을 평가절하하다 폄훼 논란을 자초했고, 선거 중반 이후에는 "회담은 회담이고, 선거는 선거"라면서 안보 이슈 대신 민생경제 이슈에 당력을 집중했으나 '한반도 평화 무드'라는 자기장에서 벗어나는 데는 실패했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정부·여당은 이번 선거 압승을 토대로 평화·개혁 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이 지방선거뿐 아니라 12곳의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후보를 낸 11곳 전 지역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여 정국 주도권도 확보하게 됐다. 이 경우 당장 국회 내 의석수는 현재 119석에서 130석으로 는다.
여소야대(與小野大)를 극복할 수는 없었지만, 문재인 정부의 개혁과제를 국회 차원에서 뒷받침할 동력을 키운 모습이다.
우선 정부·여당은 남북·북미 정상회담과 관련된 후속 조치를 힘있게 추진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중재 외교에도 한층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정국 주도권을 토대로 적폐청산을 위한 국정 개혁에도 힘을 쏟는 한편 소득주도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정책도 과감하게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나아가 여소야대의 한계를 극복, 국정 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여의도에서 우호세력 확보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정부·여당이 개혁 드라이브를 세게 걸면서 정치권 내 '독주' 우려가 제기되면서 협치 보다는 또 다른 형태의 갈등과 대치 국면이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여권 및 야권에서의 역학관계 변화도 예상된다.
당장 추미애 대표의 임기가 8월로 끝나는 민주당은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8월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지방선거 압승으로 민주당 전당대회는 국정을 뒷받침하는 관리형 대표가 전대 콘셉트가 되면서 이른바 친문(친문재인) 당권 주자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야당의 경우 선거패배 책임론과 함께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극심한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며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홍 대표가 사퇴하면 한국당 역시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피하며, 이 과정에서 보수 야당의 구심점 역할을 위한 치열한 당권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똑같이 참패의 성적표를 받아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인 민심을 다른 방향으로 해석 야권 정계개편 주도권을 놓고 다툴 가능성도 있다.
야권, 특히 보수 야당을 중심으로 정계개편을 둘러싼 백가쟁명식 의견이 분출하면서 야권발 정계개편은 길게는 2020년 총선까지 지리멸렬하게 진행될 것이란 관측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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