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선거] '대망론' 그들, 누가 웃고 누가 울었나

입력 2018-06-14 02:10
[6·13 선거] '대망론' 그들, 누가 웃고 누가 울었나

여권, 두터워진 '대권주자군'…박원순·이재명·김경수

야권, 대권행 티켓 대신 참패 성적표…원희룡 역할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이번 6·13 지방선거 결과는 여야 잠룡들의 정치 행로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후보들은 존재감을 부각하면서 향후 대권가도에서 유력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대 정치인 중 지방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유력한 대권주자로 올라선 경우가 적지 않다.



여권에서는 지방선거 압승으로 차기 대권주자군이 두터워졌다고 할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3선 고지에 성공하면서 차기 대권 주자로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됐다.

그는 지난달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대선 도전 가능성에 대해 "서울을 반듯한 도시로 만들어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직 그 생각만 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대선 도전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은 것이다.

개인사 논란 속에서 야권의 파상공세를 뚫고 승리를 쟁취한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도 유력주자로 입지를 굳히게 됐다. 이미 민주당 19대 대선 경선에 출마해 전국적 인지도를 쌓은 이 당선인은 이번 승리를 기반으로 빠르게 당내 기반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도 이번 승리로 차기 또는 차차기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그는 특히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고 있어 향후 대권 경쟁이 펼쳐진다면 주류 세력의 지지를 바탕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대권 도전 가능성이 점쳐졌던 야권 인사 상당수는 이번 지방선거 참패로 일단 '대권행 급행 티켓'을 내려놓게 됐다.

무소속으로 재선 고지에 오른 '원조 소장파'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인 정도만이 야권의 잠룡으로서 입지를 다지게 됐다. 이번 선거로 보수 진영이 심대한 타격을 받은 만큼 원 당선인을 야권의 구심으로 바라보는 지지층이 생길 수 있다.

선거에서 패배한 다른 야권 후보들은 적지 않은 '와신상담'의 기간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1년 '안풍'을 일으키며 정치권에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지난해 대선에 이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의미 있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게다가 안 후보가 주도하는 바른미래당 전체가 '참패의 성적표'를 받아든 만큼 안 후보의 정치적 입지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당분간 정치적으로 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안 후보 스스로 선거 결과에 대해 "이 시대에 제게 주어진 소임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 역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초 경기지사 선거는 민주당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선거 막판 이재명 당선인의 개인사 논란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는데도 이 당선인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 후보는 그러나, 향후 한국당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지방선거를 발판으로 정치적 도약을 꿈꾼 한국당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 역시 당분간 숨고르기를 할 전망이다.

특히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며 보수 진영 야권의 구심점을 노린 한국당 홍준표 대표,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는 당장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놓아야 할 처지에 몰렸다.

jesus786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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