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타임워너 공룡탄생 초읽기…美법원 "독점 증거없다" 판결(종합)

입력 2018-06-13 10:35
AT&T·타임워너 공룡탄생 초읽기…美법원 "독점 증거없다" 판결(종합)

미 법무부 '합병반대 청구' 기각돼…AT&T "20일 이전 합병 완료 기대"

콘텐츠 제작+공급 새 시대?…정부 "경쟁과 혁신 해친다" 불만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거대 통신업체인 AT&T와 복합미디어 그룹 타임워너의 합병이 미국 법원의 판결로 초읽기에 들어갔다.

AP, AFP,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리처드 리언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미국 법무부가 이들 기업의 합병에 대해 요구한 차단명령 청구소송을 12일(현지시간) 기각했다.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독점 우려를 들어 합병에 반대해온 법무부와 달리, AT&T의 타임워너 인수를 승인한다는 내용이다.

리언 판사는 법무부가 AT&T의 타임워너 인수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받고 TV, 인터넷 서비스의 이용료가 인상될 것으로 주장했으나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AT&T의 손을 들어주면서 인수합병에 아무런 조건을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두 기업 합병의 마지막 걸림돌이 정부 규제였던 만큼 AT&T와 타임워너는 854억 달러(약 92조 원)에 이르는 합의를 2년 만에 이행할 수 있게 됐다.

AT&T 관계자는 법무부가 이번 판결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인 오는 20일 이전에 합병이 완료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리언 판사는 법무부에 이번 판결을 수용하라며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법무부는 AT&T가 타임워너의 콘텐츠에 의존하는 경쟁 케이블TV 공급자들에 대해 부당한 우위를 갖게 될 것이라며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두 기업이 다른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 통상 제동을 걸지 않았으나 콘텐츠 제작과 공급의 특수관계를 주목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공룡'을 탄생시키는 이번 합병이 예정대로 성사되면 미디어·통신 산업의 지형이 변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새 기업은 타임워너가 보유한 '왕좌의 게임'과 같은 HBO의 콘텐츠, 글로벌 보도채널 CNN에다가 AT&T가 미국 전역에서 가동하는 모바일, 위성TV 공급망을 장착하게 된다. 타임워너에 1억1천900만 명에 달하는 모바일, 인터넷 고객이 유입될 수 있는 셈이다.

AT&T는 넷플릭스와 같은 인터넷에 기반을 둔 경쟁업체가 전통적인 유료 TV 시청자들을 빼가는 상황에서 기존 고객들을 유지할 새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미디어 경영자들은 아마존이나 넷플릭스와 같은 IT 기업들에 맞서려면 콘텐츠 생산업체와 배급업체의 결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에 따라 정부 규제가 흔들리면서 통신업체들이 콘텐츠 제작업체를 인수하는 데 자신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미국 최대의 케이블방송 배급사이자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컴캐스트가 미디어 업체들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UBS의 애널리스트인 존 후둘리크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은 컴캐스트의 폭스 인수 추진을 포함해 다른 잠재적 인수합병에 청신호"라고 말했다.

컴캐스트는 X-맨, 심슨가족과 같은 브랜드를 보유한 21세기 폭스, TV 스튜디오 등 폭스의 자산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T&T의 경쟁 통신사인 버라이즌도 글로벌 미디어 기업인 CBS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관측이 목격되고 있다.

데이비드 맥카티 AT&T 법무 고문은 일간 뉴욕타임스를 통해 "고객들에게 더 싸고 기동력 있으며 혁신적인 영상을 제공하기를 고대한다"며 법원 결정을 반겼다.

정부 변호인인 매컨 델라힘은 "법무부는 판결에 실망했다"며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에 따라 유료TV 산업의 경쟁과 혁신이 저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경쟁을 보존한다는 우리의 약속을 고려해 다음 절차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