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마케도니아, 27년 묵은 국명분쟁 해소안 공식 도출
그리스 언론 "'노던 마케도니아 공화국'으로 합의본 듯"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국명을 둘러싸고 27년째 갈등을 빚어 온 그리스와 마케도니아가 분쟁을 종결지을 최종 타협안을 도출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12일 현지 국영방송 ERT와의 회견에서 두 나라 사이의 오랜 분쟁을 해소할 마케도니아의 새로운 이름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조란 자에브 마케도니아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타협안에 최종 합의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그리스가 제시한 모든 조건이 충족됐다"며 마케도니아는 지리적 명칭이 들어간 이름을 새로운 국명으로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스 언론은 두 나라가 합의한 마케도니아의 새 이름이 '노스(North) 마케도니아 공화국'이라고 전하고 있다. 양측은 앞서 수 개월에 걸친 협의 끝에 마케도니아의 새 국명을 '노던 마케도니아, '뉴 마케도니아', '어퍼 마케도니아' 등으로 압축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양국 사이의 합의안이 공식 도출됐으나, 합의안이 정식으로 효력을 발휘하기까지는 향후 수 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마케도니아의 경우 국명을 바꾸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마케도니아 야당과 상당수 국민은 새로운 이름이 그리스에 굴복한 것이라며 완강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수 성향의 그리스 야당과 국민 역시 타협안에 '마케도니아'라는 단어가 들어 있는 한 찬성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양국 국민은 올 들어 마케도니아의 국명 개정을 둘러싼 협상이 본격화하자, 각각 대규모 항의집회를 진행해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한편, 그리스와 마케도니아는 1991년 마케도니아가 옛 유고 연방에서 분리된 이래 마케도니아의 이름을 둘러싸고 외교 분쟁을 지속해왔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이 그리스인들의 자부심의 원천인 알렉산더 대왕을 배출한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의 중심지인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 지방에 대한 영유권을 시사하고, 그리스의 역사를 도용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마케도니아는 1993년에 구(舊)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공화국(FYROM)이라는 이름으로 유엔에 가입했으나, 이후 그리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2008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문턱에서 좌절했고,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한 절차에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앙숙 관계를 유지해온 두 나라는 작년 5월 집권한 개혁 성향의 자에브 마케도니아 총리가 그리스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천명한 것을 계기로 급격한 화해 분위기로 접어들었고, 올해 초부터 마케도니아의 국명 변경을 놓고 본격적인 협상을 벌여왔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