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완전한 비핵화·안전보장" 합의…트럼프 "한미훈련 중단"
트럼프-김정은 '세기의 정상회담' 결과물로 4개항 공동성명 채택
"'새로운 관계' 건설·한반도 평화 체제 건설 노력" 문구도 포함
'CVID'·비핵화 시한·구체조치 빠져…한미훈련·주한미군 논란일듯
(싱가포르=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북미 양국은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공약과 미국의 대북 안전보장 제공 공약을 교환하는 합의를 했다.
또 '새로운 양국 관계'와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원칙에도 뜻을 같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 합의문 서명식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4개 항의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한반도 냉전 체제의 한 축인 북미 간의 기존 적대적 관계가 변화할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와 동시에, 공동성명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가 명기되지 않아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 정상은 전 세계가 실황 중계 방송을 지켜보는 가운데, 현지시간 오후 1시 42분(한국시간 오후 2시 42분)께 서명을 한 뒤 공동성명을 교환했다.
성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공약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 그 맥락에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합의인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약속하는 내용도 성명에 포함됐다.
북미는 또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양국 국민의 바람에 맞춰 새로운 양국 관계를 수립하기로 하는 한편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또 성명에는 "미국과 북한은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양국 정상은 이번 공동성명에 적시된 사항들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관련한 북한 고위급 관리'가 주도하는 후속 협상을 가능한 한 가장 이른 시일에 개최하기로 했다.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과 관련한 이슈들을 놓고 포괄적이고 깊이 있게, 진지한 의견 교환을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 번영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내용도 성명 서문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북미 양국은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의 중대 걸림돌인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 프로세스를 약 10년 만에 재가동하고, 한국 전쟁 발발 이후 68년간 이어온 적대관계를 청산하기 위한 중대한 일보를 내디디게 됐다.
그러나 북미 공동성명에 CVID 명기가 무산되고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시한도 담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도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첫 출발로서의 의미와 신뢰구축의 의미는 인정하나 비핵화 합의문 자체는 9·19 공동성명(2005년)보다도 퇴보해 상당히 아쉬움이 크다"며 "검증 문제나 핵 프로그램 포기를 언급하지 못했고 자신들이 말한 CVID도 반영하지 못한 낮은 수준의 합의에 머물렀다"고 평가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몇 번 말한 것처럼 결국 일괄타결로 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나눠서 하려는 것 같다"며 "단지 CVID 뿐 아니라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을 조약을 통해, 법적으로 보장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므로 이번에 다 담을 수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후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거론하고, 미래의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음에 따라 국내적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우리는 군사연습(war games)을 중단할 것"이라며 "그것은 우리에게 엄청난 비용을 절감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현재 북미 간 협상의 의제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경비 문제를 거론하며 "나는 그들(주한미군)을 돌아오게 하고 싶다"며 미래의 철수 또는 감축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합의문 서명에 앞서 이날 카펠라 호텔에서 140여 분에 걸친 단독·확대정상회담과 업무 오찬을 진행했다.
서명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양국이) 아주 좋은 관계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 추진 구상에 대해 "매우 빠르게 그 과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는 오늘 역사적인 이 만남에서 지난 과거를 걷고(거두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서명을 하게 된다"며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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