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해빙] "자율주행 천국 북한?"…경협수혜 기업·업종은
현대그룹 '선도 역할' 자임, 롯데·효성 등도 수혜 기대감
건설·화학·철강 등 '시너지' 가능…전자·IT는 '중장기 전략' 추진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북한은 모든 차량이 자율주행하는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될 수 있다."
저서 '사피엔스' 등으로 유명한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지난해 발간한 '호모 데우스'의 한국판 서문에서 내놓은 시나리오다.
남한에서 기존 자동차의 운전을 전면 금지하고 완전한 자율주행 교통체계로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반면 차량이 적고, 운전사들의 파업과 기업의 반발을 상상할 수 없는 북한에서는 '딱 한 명'만 설득하면 가능하다는 논리다.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그만큼 북한이 개방경제로 전환할 경우 사업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수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관측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 개최 이후 남북 경제협력 구상이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처럼 개발 잠재력이 큰 북한에서 '과실'을 먼저 따기 위한 기업간, 업종간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 현대그룹 '우선권' 강조…롯데·효성 등도 수혜 기대
주요 그룹별로 보면 현대그룹이 과거 '기득권'을 주장하며 가장 적극적인 준비 태세를 보이고 있다.
'경협 선도기업'을 자처하는 현대그룹은 북한으로부터 전력사업, 통신사업, 철도사업, 통천 비행장, 임진강댐, 금강산 수자원, 백두산·묘향산·칠보산 등 명승지 관광사업 등 7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권을 받아낸 것을 비롯해 포괄적 남북경협 우선권을 갖고 있다.
과거 북한 진출을 추진했던 롯데그룹도 롯데지주와 식품, 유통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대북사업에 일찌감치 '도전장'을 냈다.
지난 1995년 그룹 내에 북방사업 추진본부를 설립하고 북한 현지에 초코파이 및 생수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롯데그룹은 최근 가칭 '북방 태스크포스' 설치 등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그룹은 북한 주민 생활의 기초인 의복·전력 산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스판덱스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섬유사업에서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고, 초고압 변압기·차단기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북한의 전력 인프라 구축이 본격화할 경우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삼성, 현대차, LG, SK 그룹 등 주요 그룹들도 계열사별로 북한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나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과거 개성공단 폐쇄 등과 같은 불확실성 리스크를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건설·토목·철강 등 대표적 수혜 업종…첨단 산업은 '신중'
현대건설과 고려시멘트 등 건설·토목 관련 업체들은 최근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만큼 최근 한반도 평화 분위기의 대표적인 수혜 종목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해외 수주가 부진한데다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 SOC 예산 축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북한이 '활로'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내놓고 있다.
또다른 사회기반시설(SOC) 관련 부문인 철도·기계·철강 업종도 경협이 구체화할 경우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사업 기회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정유·화학업계도 북한의 본격적인 산업화에 따른 제품 수요 확대와 함께 한반도를 관통하는 파이프라인 건설 등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비해 IT·전기전자 업종은 아직은 소극적인 분위기다. 첨단 산업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 등 기본적인 기반시설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후발주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이처럼 몇몇 업종에 혜택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모든 산업에서 기회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동차는 물론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와 가전, 이동통신, 인터넷, 레저 등 사실상 모든 산업에서 북한이 뒤처져 있기 때문에 새로운 수요처가 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산업 고도화가 늦기 때문에 그만큼 기회가 많은 땅"이라면서 "경협이 구체화하면 남북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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