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마녀' 심술 대신 마술? 6월 동시만기 매수우위 전망
"국내 증시 '러브콜' 부활" 기대…돌발 변수 대비 의견도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올해 두 번째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인 오는 14일에는 이른바 '네 마녀'의 심술이 심하지 않으리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주가지수 선물과 옵션, 개별주식 선물과 옵션 등 4가지 파생상품의 동시 만기일에는 주가가 막판에 요동칠 때가 많아 '네 마녀의 날'로 불린다.
증시 전문가들은 만기일 장세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인 프로그램 차익 거래 동향과 선물 스프레드(원월물과 근월물 가격 차) 추이 등으로 볼 때 14일 매수 우위 수급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12일 진단했다. 이번 만기일을 기점으로 증시 매수세가 살아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달러화의 강세와 신흥국 전반의 자금 이탈이 마무리 단계"라며 "이번 만기일에 외국인의 추가적인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달까지 이어진 외국인의 대규모 선물 매도 등으로 단기 차익거래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시장 베이시스(선물과 현물 가격 차)가 극단적으로 낮아져 있어 매수차익 잔고가 거의 쌓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미정상회담이나 지방선거 등에서 예측에 어긋난 결과만 나오지 않으면 매수 우위 만기가 될 것"이라며 프로그램 매수 규모가 1천억∼2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매수차익 거래란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는 프로그램 매매다. 만기일에 잔고가 대량으로 청산되면 현물시장에서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쏟아져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와 반대로 매도차익 거래는 선물을 사고 현물을 파는 것으로 청산되면 현물시장에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된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차익거래와 관련해서 만기일에 매물 부담보다는 매수 여력이 크다"며 "잠재적 매수 물량인 매도차익 거래 누적이 심하다"고 분석했다.
강 연구원은 "금융투자를 중심으로 최대 1조원 가량의 잠재적 매수 유입 물량이 있다고 본다"며 "선물가격이 이론가 근처로만 올라도 잔고 일부가 청산되면서 주식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금융투자 부문의 프로그램 매수 여력을 최소 1천10억원에서 최대 1조1천억원으로 추산하면서 "이번 동시 만기일의 관건은 금융투자의 프로그램 매매다. 국내외 이벤트 결과에 따라 잠재 매수 여력의 현실화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200 선물 스프레드는 이론가 아래로 떨어져 저평가된 상태이지만 매물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일반적으로 스프레드가 고평가되면 만기일에 매수차익 잔고 롤오버(이월)를 유도해 프로그램 매도 규모는 줄어든다. 반대로 저평가 시에는 잔고 청산으로 이어져 프로그램 매도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이중호 연구원은 "중간배당 증가로 스프레드 가격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더 떨어지기도 어려워 결과적으로 만기일에는 현재보다 소폭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스프레드가 더 하락할 가능성은 작으며 오히려 만기일을 기점으로 국내 증시에 대한 '러브콜'이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완만한 금리 인상 기조를 재천명할 것으로 보이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한반도의 지정학적 긴장 완화, 북미정상회담, 연중 최저 수준으로 내려간 베이시스, 스프레드 매도의 정점 통과 등을 고려하면 스프레드의 갑작스러운 약세 전환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간배당 예상치를 고려한 6월-9월물 스프레드는 기관 입장에서는 고평가됐고 외국인에게는 현저히 저평가된 상태"라며 "이에 따라 만기일에 금융투자는 스프레드 매도·현물 매수에 나서고 외국인은 스프레드 매수로 선회하며 국내 증시에 러브콜이 살아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이번 동시 만기일은 매수 우위 수급 흐름을 보이면서 상반기의 주가 부진을 끊어내는 분수령이자 하반기 시장 분위기 반전 가능성을 타진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기 효과는 긍정적이지만 만기일을 전후로 돌발변수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만기 효과만 보면 매도차익 잔고 청산이 유력해 긍정적으로 예상되지만 북미정상회담과 지방선거,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주요 신흥국 통화 약세 등 불확실성 요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외국인의 선물 스프레드 거래는 대규모 매도 롤오버로 진행되고 있다"며 "만기는 무난하게 넘기더라도 그 이후 흐름은 다소 힘들어질 수 있어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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