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북한, 시간벌기 아냐…과거 행동으로 미래 판단 안돼"(종합)
니혼게이자이신문 주최 국제회의서 발언…"북미정상회담 성공확률 90%"
"美, IMF·ADB에 北가입 말하면 북한이 처음부터 핵·미사일 포기할 수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11일 북한이 비핵화 방침을 보인 것은 '시간 벌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이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일본 도쿄(東京) 데이코쿠(帝國)호텔에서 개최한 '아시아의 미래' 국제회의 에서 '북한 위기의 향방과 새로운 세계질서'를 주제로 한 패널 토론에 토론자로 나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시간 벌기가 아니다. 비핵화할 생각이 아니었다면 핵실험장을 파괴하거나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가 이제 필요없다고 말했는데 왜 시간을 벌려고 하겠느냐"며 "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국과 신뢰관계를 맺어 불가침 조약을 맺으면 왜 핵무기를 가질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는 것을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제재가 북한을 불리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북한이 괴로워하고 있다"며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어서 그런 고통을 겪고 있다며 핵무기가 필요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문 특보는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 하려고 하는지 의심된다는 다른 패널의 발언에 "과거 행동으로 앞으로의 행동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며 김 위원장을 신뢰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지금은 이런 것들(북한이 과거 핵 관련 약속을 깬 것)을 제쳐놓을 때"라며 "북한이 미국과 세계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올지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주한미군은 남북대화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워싱턴(미국)이 오히려 주한미군 문제를 언급하며 옛날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주한미군 지위 문제가 (북미나 남북 간 대화의) 의제로 다뤄진다면 한국에서 큰 혼란이 생길 것인 만큼 한국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에 바라는 것으로 ▲ 정치적, 경제적으로 북한을 국가로서 인정해 줄 것 ▲ 미국의 전략적 무기를 북한에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군사적 보장을 할 것 ▲ 미국이 북한을 불가침할 것이라고 정식으로 약속하는 것 3가지를 들었다.
그러면서 "만약 미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북한을 가입시켜 달라고 말한다면 그걸로 북한이 만족할 수 있다"며 "(그러면 북한은) 대담하게 처음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무기를 포기하며 마지막까지 교섭의 도구로 남겨두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토론 사회자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확률을 묻자 "90%"라고 답하면서 "장기적으로 본다면 악마는 디테일에 있으므로, 50% 이상인 것으로 보고 싶다"고 말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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