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운명의 날' 밝았다…김정은-트럼프 담판에 거는 기대
(서울=연합뉴스) 운명의 날이 밝아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이 12일 오전 '평화와 고요'의 뜻을 지닌 센토사섬에서 시작된다. 70년 반목의 세월을 뒤로하고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다. 지금까지 신호는 긍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북미정상회담이 "매우 흥미롭고 잘 될 것"이라고 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전날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역사적 회담"이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의 염원에 걸맞게 한반도 정세 대전환의 기회를 마련하는 회담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회담 성패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얼마나 구체적인 방법과 수준으로 합의문에 담길지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명시적인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당장 미국에서부터 회담 실패 논란이 불거질 것이 뻔하고, 북미 관계 개선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북한도 결코 원하는 바가 아닐 것이다. 목표 시한을 포함한 구체적 북핵폐기 로드맵의 얼개도 나와야 한다.
열쇠는 북한이 쥐고 있다. 북미 양측은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에 핵심 쟁점에 대한 조율을 11일에도 싱가포르 현지에서 계속 진행했다. 실무진이 풀 수 없는 쟁점이 남아 있다면 이제 김정은 위원장이 결단하고 마지막 점을 찍어야 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정상회담 의제를 공개하면서 '달라진 시대적 요구에 맞게 새로운 조미(북미) 관계 수립'을 우선 거론했다. 새로운 북미 관계와 '더 밝은 미래'에 대한 청사진은 이미 제시돼 있다.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만 한다면 그 실현은 결코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 우려도 합리적 방법으로 해소되어야 한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현실을 외면하고 이상론에 치우친 협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종전에 대한 정치적 선언과 궁극적인 평화협정 체결, 연락사무소 설치를 포함한 국교정상화 수순, 경제협력 방안 등 북한의 비핵화 추진에 따른 구체적 보상카드도 제시되어야 한다.
북미 양측 최고지도자가 마주 앉는 그 자체만도 한반도의 갈등 구조를 허무는 중대한 첫걸음이긴 하지만 그 정도에 만족할 수는 없다. 신뢰 없이 대화의 진전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대화 없이 신뢰를 구축할 수도 없다.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고 조금씩 신뢰를 구축해 나간다면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낼 수 있다. 2차, 3차 북미정상회담을 못할 이유도 없다. 이번 첫 정상회담이 한반도에서 새로운 역사의 페이지를 활짝 여는 계기가 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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