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D-1] "과거 소련→미국 갈아탄 中 '북한도 혹시'"
뉴욕타임스 "북한, 대중 자주성 제고 모색…中, 北 의도·행보에 '초조'"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중국이 대외적으론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지지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2일 '세기의 담판'이 성공적으로 끝나 북미 관계 개선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 그만큼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핵무기 폐기를 대가로 미국의 북한 체제 보장과 경제 지원을 원하는 것 이외에 미국을 끌어들여 중국의 '입김'을 줄이려는 의도가 깔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 강대국 사이에서 '줄타기', '균형' 외교를 하며 최대한 실리를 챙기는 전략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중국 전문가들의 발언을 빌려 북미회담을 지켜보는 중국이 좌불안석인 것 같다고 보도했다.
가능성은 아직 희박하지만 과거 중국이 소련에 등을 돌린 것처럼 북한이 중국에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됐다.
1972년에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것은 양국 관계 정상화의 기초가 됐다. 양국이 냉전 관계를 청산하면서 중국은 소련과 더욱 거리를 뒀다.
미 안보전문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의 중국분석가 윈쑨은 "중국은 닉슨의 방중과 북미 사이에 좀 놀랄만한 유사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중국이 할 수 있다면 북한이 못할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중국 역사학자 선즈화는 "최악의 결과는 미국과 남북한이 뭉치고 중국은 떨어져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입장에서 선호하는 북미정상회담 시나리오는 공식적으로 한국전쟁을 끝내는 평화협정을 체결해 2만8천500명의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길을 여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국이 한반도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어서다.
문제는 중국과 북한의 의중이 다른 데 있다. 중국은 북한과 김 위원장에 대한 영향력을 잃지 않기를 원하지만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2013년 고모부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처형했다. 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은 작년 2월 말레이시아에서 북한인 용의자들에 의해 살해됐다. 장성택과 김정남 모두 친중파 인사들로, 김 위원장이 중국에 고개를 세우는 사례로 평가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과 5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전문가들의 추측대로 시 주석이 북한에 대규모 금융지원과 안전 보장을 약속했다면 북한을 중국의 품 안에 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로선 북한이 외교노선을 친중에서 친미로 전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휴 화이트 호주국립대 전략학 교수는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을 중국으로부터 지키거나 지킬 수 있다고 믿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화이트 교수는 김 위원장이 대중 관계에서 자주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김 위원장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면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방북 추진도 이런 맥락이라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과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미국 내 적대감은 북미 관계 개선의 장애물로 꼽힌다. 대북 경제적 지원은 한국과 중국의 일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김 위원장에게 미국의 경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고 뉴욕타임스는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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