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철새보호·습지보전 등 자연보호에 관심 높아"

입력 2018-06-11 14:17
수정 2018-06-11 19:51
"북한, 철새보호·습지보전 등 자연보호에 관심 높아"



국가지정습지 34→55곳 추진…EAAFP "외국 선진기법 벤치마킹 노력"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북한이 최근 삼림과 습지를 비롯한 자연을 보호하고 합리적으로 이용하는데 상당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국제 NGO(비정부기구) 관계자들이 11일 전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사무국을 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이하 철새 파트너십)은 이날 송도 G타워에서 한국 정부기관과 NGO,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대북 협력사업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평양을 방문한 철새 파트너십 류 영(Lew Young) 사무국장은 "2015년부터 북한과 본격적으로 이동성 물새 및 습지보전을 위한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 중인데 북한 관료들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중요성을 점차 인식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국제자연보존연맹(IUCN) 회원국이 됐고 올해 4월에는 철새 파트너십의 36번째 정식 회원이 됐다.

지난달에는 평안남도 문덕 철새보호구와 함경북도 나선 철새보호구 등 2곳이 '람사르 습지'로 지정돼 정식 람사르협약 가입국이 됐다.

람사르 습지는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자생지로 보전가치가 있거나 희귀하고 독특한 유형의 습지를 대상으로 지정된다.

문덕 철새보호구는 서쪽 해안과 맞닿은 청천강 하구에 자리 잡고 있으며 국가적 보호를 받는 지역이다.

이 보호구는 세계적 멸종위기에 처한 두루미와 흑두루미, 기러기목 오리과 조류인 개리 철새들의 서식지 역할을 하는데 국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중국·러시아와 인접한 나선 철새보호구는 동북쪽 두만강 하구의 나선경제특구에 있으며 재두루미, 알락꼬리마도요 등 멸종위기에 처한 물새종이 서식한다.



류 국장은 "북한 정부와 당국자들이 문덕 철새보호구를 다른 지역의 모델로 정해 열정을 갖고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오는 10월에는 지난 1998년 지정한 자국 내 습지 목록을 34곳에서 55곳으로 늘리기 위해 기본조사를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철새 파트너십과 공동으로 대북 협력사업을 추진 중인 독일 한스 자이델 재단 관계자는 "북한의 삼림 전문가 20여명이 중국과 몽골에서 연수하며 관리 노하우를 배우는가 하면 입법을 통해 환경보전 관련 내용을 법률에 반영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6년 나선경제특구 박람회에서 철새 보호에 관해 설명하자 현지 주민들로부터 '새를 파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새를 구하려는 것이다'라고 설명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북한 텔레비전의 저녁뉴스에도 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나올 정도로 환경보전을 위한 노력과 인식이 제고됐다"고 설명했다.

국제 NGO 관계자들은 13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 결과와 후속 조치에 따른 북한의 변화 가능성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류 국장은 "북한 측에 고도성장의 대가로 심각한 환경오염에 처한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보여주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돕고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면 더 많은 개발자금이 북한으로 유입되겠지만 동북아의 환경·생물 보전에 있어 지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북한의 보전을 위한 프로젝트 자금들도 투자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s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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