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10억분의 1로 쪼갠 나노 셀룰로스 원천기술 개발
화학연구원 "황산 공정 대신 친환경 전자빔·고압 균질기 활용"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한국화학연구원(화학연)은 신지훈 환경자원연구센터장 연구팀이 나노 셀룰로스를 친환경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공정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나노 셀룰로스는 나무의 구성 성분인 셀룰로스를 10억분의 1로 잘게 쪼개놓은 물질이다.
나무를 1천분의 1로 자르면 목재 칩이 되고, 이를 다시 1천분의 1로 자르면 펄프가 된다.
펄프를 재차 1천분의 1로 쪼개놓은 게 나노 셀룰로스다.
나노 셀룰로스는 분자 간 결합력이 탁월해 강도가 높다. 물과의 친화력(친수성)도 뛰어나 여러 산업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연구팀은 펄프의 비결정 영역을 제거하고서 결정 영역만 남기는 방식으로 나노 셀룰로스를 만들었다.
이를 위해 기존에는 황산 공정을 진행했는데, 연구팀은 더 친환경적인 전자빔과 고압 균질기를 사용했다.
물질에 전자빔을 투사하면 분자량이 저감되는 게 연구팀의 핵심 제조 원리다.
분자량이 줄어들면 셀룰로스를 나노 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아울러 입자마다 동일한 음전하를 띠게 한 뒤 같은 전하끼리 밀어내는 성질을 이용해 물질을 쉽게 나눴다.
나노 셀룰로스 입자가 물리적으로 작고 고르게 나오게 하는 데에는 고압 균질기가 힘을 썼다.
전자빔과 고압 균질기 공정을 통해 황산을 투입했을 때처럼 셀룰로스 비결정 영역을 제거하고 결정 영역만 남겼다.
황산 처리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공정을 개발한 사례는 신지훈 센터장 연구팀이 처음이라고 화학연 측은 전했다.
기존 황산 처리로 제조된 나노 셀룰로스는 외부 열에 상대적으로 취약하지만, 연구팀 제작물은 열에 안정적이기도 하다.
투입된 펄프에서 나노 셀룰로스를 얻을 수 있는 비율(수율)도 기존 30%대에서 45∼60%로 높였다.
연구팀은 건축자재 강화재료, 액상 정화 필터, 약물 전달체, 이식 보조물질, 피부 보습제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지훈 센터장은 "다량의 강산 화학적 처리를 하지 않고도 분산성과 나노 화가 확보된 고효율 셀룰로스를 만들었다"며 "원천소재 대량생산 기술 연구가 미약한 국내 연구 환경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성과를 담은 논문은 청정화학 분야 세계적 권위 국제 학술지 '그린 캐미스트리'(Green Chemistry) 올해 10호에 실렸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