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오스트리아 악몽' 구자철 '기회의 땅' 만들까?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직전 오스트리아 전훈서 대표팀 '낙마' 아픔
"4년간 월드컵 생각하지 않은 적 없다…스웨덴전 맞춰 준비하겠다"
(레오강=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을 앞둔 신태용호의 미드필더 구자철(29·아우크스부르크)은 대표팀이 전지훈련 중인 오스트리아가 '기회의 땅'이지만 한 때는 기억하기도 싫은 악몽의 장소였다.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이집트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8강 진출에 앞장섰던 구자철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대표팀에도 소집돼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에 참가했다.
당시 허정무 감독이 지휘한 대표팀은 인스브루크 부근 노이슈티프트에서 남아공 입성 전 열흘 정도 담금질을 했다. 현재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러시아로 들어가기 전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린 잘츠부르크 레오강에서 차량으로 2시간 거리 안팎의 곳이다.
구자철은 당시 26명의 소집명단에 들어 남아공 월드컵 출전 기대를 부풀렸다. 하지만 남아공으로 이동하기 직전 발표된 탈락자 명단 3명에 이근호(강원), 신형민(전북)과 함께 포함됐다. 짐을 꾸려 야반도주하듯 오스트리아를 떠났고, 공항에서 취재진을 피해 입국했던 아픔이 남아 있다.
구자철은 '오스트리아 악몽'을 자극제 삼아 절치부심했고, 이후 승승장구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이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도 홍명보 감독이 지휘한 대표팀의 '캡틴'으로 활동했다.
브라질 월드컵에선 조별리그 탈락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구자철은 대표팀의 주장으로 궂은일을 마다치 않았다.
러시아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에 이름을 올리면서 2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된 구자철의 각오는 남다르다.
그러나 현재 신태용호에서는 주축 선수들과 포지션이 겹치는 바람에 베스트 11 경쟁에서는 다소 밀려 있는 상태다.
최전방 공격수는 물론 공격형,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플레이어'이지만 황희찬(잘츠부르크)과 이재성(전북), 정우영(빗셀 고베)이 신태용 감독의 신임을 받으면서 구자철은 백업 요원으로 뒤를 받치고 있다.
구자철은 "(브라질 월드컵 이후) 지난 4년 동안 한 번도 이번 월드컵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다"면서 "오랫동안 고대해왔기 때문에 팀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며 헌신을 다짐했다.
그는 이어 "18일 스웨덴과의 경기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지치고 힘들 수도 있지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유럽 팀으로 특별히 위협적이지는 않지만 쉽게 흔들리지 않는 끈끈함이 있는 팀"이라면서 "급하지 않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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