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위험수위로…철저 대비해야
(서울=연합뉴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위험수위로 올라가고 있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현지시각으로 8∼9일 캐나다 퀘벡 주에 모여 관세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됐다. 회의 기간 내내 미국은 영국ㆍ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ㆍ캐나다ㆍ일본 등 다른 6개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로 이동하면서 '관세장벽을 배격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강경 입장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를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다. 미국의 노동자와 농민들을 보호하겠다고 하니, 지지자들이 더욱 결집할 수 있을 것이다. 보호무역주의는 무역전쟁으로 이어지고 이는 세계 경제 침체를 불러와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지난 1930년 미국은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를 최대 60%가량으로 끌어올렸다. 이에 영국, 프랑스 등 다른 경쟁국들이 잇달아 관세인상에 나섰고 세계무역은 더욱 위축됐다. 이 무역전쟁 결과, 미국 실업률은 무려 35%까지 치솟았다. 과격한 보호무역주의는 미국과 세계 각국의 경제와 일자리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입증하는 사례는 이 외에도 많다.
이런 거센 보호무역주의에 한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긴장할 수밖에 없다.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여서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의 수출물량이 줄어들면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고용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수입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부과를 검토하고 있는데, 이 방안이 실행된다면 한국의 전체 자동차 산업은 30만 개의 일자리를 줄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당연히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한다. 그러나 이런 선언에 큰 실효성은 없다. 철저히 대비하고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산업 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한국은 반도체를 제외한 조선, 자동차 등 주요 산업들이 중국에 밀리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도 중국의 강한 추격에 숨 가쁘게 쫓기고 있다. 정부는 혁신성장을 강조하고 있으나 소득주도 성장론,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 경제정책 컨트롤 타워 등의 논란과 혼란에 가려지고 있다. 경쟁력을 상실한 뒤에는 이런 왈가왈부가 자체가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한국 산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경쟁력은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해 정부와 업계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바이오, 자율주행 등 미래형 산업에도 적극적인 투자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직접 만나서 현장 의견을 들어본 다음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백 마디 말보다 효과 있는 한가지 실천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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