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美우선'에 흔들리는 G7…러시아 재가입 놓고 마찰음

입력 2018-06-09 17:36
트럼프의 '美우선'에 흔들리는 G7…러시아 재가입 놓고 마찰음

EU·캐나다, 러시아 복귀에 반대 표명…회의 곳곳 험로

트럼프, 개별 회담선 동료애 과시하며 긍정적 결과 예고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8일(현지시각) 캐나다에서 개막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시작부터 마찰음을 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교도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캐나다와 유럽 동맹국에까지 보호무역 조처를 한 데다가 러시아의 G7 복귀를 밀어붙이고 있어서다.

이에 다수의 회원국이 반대하며 정상회의는 시작부터 의견 분열을 보인다고 일본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백악관을 떠나면서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G7) 회의에 함께 있어야 한다. 그것의 일부가 돼야 한다"며 러시아 재가입 추진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좋든 싫든, 어쩌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세계를 운영해야 하지 않느냐"며 그 이유를 밝힌 뒤 "그리고 원래 G8이었는데 러시아를 쫓아냈다"고 말했다.

G7은 1997년 러시아의 합류로 G8이 됐지만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하며 국제규범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이 협의체에서 제외됐다.



회원국 대다수가 러시아의 재가입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반발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등 유럽 국가 정상들은 러시아 복귀 제안에 일제히 반대했다.

캐나다 역시 "현재의 행동으로는 러시아가 G7에 복귀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국제사회가 북핵 등의 이슈에 있어 러시아가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선 미 정계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있다.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G7 복귀 지지 발언에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에 보여줘야 할 존중과 존경을 적국에 보여주는 설명이 안 되는 일을 했다"며 "세계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깎아 먹는 확실한 길"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재가입 추진에 안 그래도 무역 문제로 G7 개최 전부터 예견됐던 회원국 간 갈등이 한층 고조된 모양새다.

미국과 유럽·캐나다의 무역 갈등으로 이번 정상회의는 개최 전부터 G7이 아닌 'G6+1'이라는 말이 돌았다.

협력, 예의, 미소, 호의적인 대화를 위해 마련된 자리가 공동의 방향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 위한 투쟁으로 악화했다고 NYT는 분위기를 전했다.

상당수 회원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해서도 "불법일 뿐만 아니라 모욕적"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부정적인 분위기는 회의장 안팎에서 감지된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가 도전에 직면했으며 놀랍게도 유력한 용의자가 아닌 이를 설계하고 보증하던 미국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동 성명을 위해 회원국들이 내용을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미국과 회원국 간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라는 표현을 포함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이처럼 미국과 나머지 회원국이 견해차를 보이면서 모든 회원국이 동의해야 하는 공동 성명 채택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 발언과 달리 정작 G7 정상회의에 참석해서는 '동료애'를 보이며 유화적 자세를 취하고 있어 돌파구가 마련될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남아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개별 회동에서 "가끔은 무역을 둘러싼 약간의 시험이 있기도 하다"며 긍정적 결과를 전망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무역에 관해 열려 있으면서도 직접적인 논의가 이뤄졌으며 모두가 '윈윈'하는 결과로 이어질 방법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회동에선 "모든 관세와 무역 장벽을 없애기로 합의했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이후 회담 결과를 밝히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이 끝나가고 있으며 양국 간의 협상 논의도 있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메르켈 독일 총리도 미국과의 무역 분쟁을 해소하고 앞으로 이같은 일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무역기구 설립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고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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