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업체가 들여오는 'OEM 수입차' 시장 더 커진다
한국GM·르노삼성, 모기업 해외공장이 생산한 제품 수입 늘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국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수입차 시장이 더 확대될 전망이다.
OEM 수입차란 국내에 생산기지를 둔 완성차업체가 모회사의 해외 생산기지에서 수입해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차를 말한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군산공장 폐쇄 이후 내수시장 회복을 위한 카드의 하나로 미국 GM(제너럴 모터스)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수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지난 6일 '2018 부산 국제모터쇼' 전야제에서 "SUV 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 본토에서 성능과 가치가 확인된 유수의 글로벌 SUV의 국내 시장 출시를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첫 타자로 중형 SUV '이쿼녹스'를 공개하고 이를 국내에 출시했다. 이쿼녹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29만 대의 판매고를 올린 쉐보레의 베스트셀링 모델 중 하나다.
한국GM은 또 대형 SUV '트래버스'를 국내에 출시하기로 했고, 중형 픽업트럭 '콜로라도'도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 제품은 모두 미국이나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공장에서 생산 중인 것들이다.
한국GM은 지금도 대형 세단 '임팔라', 스포츠카 '카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볼트'(Volt), 전기차 '볼트'(Bolt)를 해외 GM 공장에서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
한국GM은 여기에 더해 최근 국내에서도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SUV 시장을 겨냥해 중·대형 SUV를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한국GM 관계자는 "빠르게 변하는 고객들의 수요에 맞춰 국내 생산라인을 신속하게 전환하는 데 구조적인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글로벌 브랜드로서 쉐보레가 보유한 다양한 차량 라인업을 활용해 국내에 좋은 제품을 소개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르노가 모기업인 르노삼성자동차도 OEM 수입차를 들여오고 있다.
소형 SUV 'QM3'와 전기차 '트위지'에 이어 지난달에는 소형 해치백 '클리오'를 국내에 출시했다.
이들 OEM 수입차는 출시 초기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받으며 높은 판매량을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 국내 경쟁 모델들의 견제 속에 인기를 오래 이어가지 못했다.
임팔라의 경우 현대차[005380]의 '그랜저'에 발목을 잡혔고, QM3는 쌍용자동차의 '티볼리'나 현대차 '코나' 기아차[000270] '스토닉' 등의 견제를 받았다.
OEM 수입차의 확산은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에 기여하고 국내 자동차 시장 생태계를 다양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최근 출시한 클리오는 주행성능을 강조한 소형 해치백으로 현재 국내 시장에 없는 새로운 차종"이라며 "기존에 없던 시장을 개척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업체 입장에선 국내에 생산라인을 새로 설치하는 등의 투자 없이 손쉽게 판매 차종 리스트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다만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을 따내 들여오는 방식이다 보니 수요가 기대 이상으로 커도 기민하게 물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문제는 일자리와 직결된 국내 공장의 일감을 늘리거나 가동률을 높이는 데에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생산설비를 둔 완성차업체가 OEM 수입차를 많이 팔수록 이들이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은 내수시장에서 입지가 그만큼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르노삼성의 부산공장에서 만든 닛산 '로그'는 반대로 전 세계 시장으로 수출하고 있다"며 "단순히 수입차를 들여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제조에서 경쟁력이 있는 차종은 수출하고, 국내에 수요가 있는 좋은 제품은 수입해온다는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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