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자영업] 최저임금 영향분석서 빠져…정부도 외면하나

입력 2018-06-10 06:01
[벼랑끝자영업] 최저임금 영향분석서 빠져…정부도 외면하나

단골대책은 카드 수수료 인하…"근본 대책과는 거리 있어"

전문가 "임대료가 문제…노후불안·조기퇴직 구조 바꿔야"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커지고 있으나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저소득가구의 소득감소 문제나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둘러싼 논란 와중에 정부는 자영업자가 직면한 문제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청와대는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90%'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근로자 가구의 근로소득 분석 자료를 제시했다.

이 자료엔 실직으로 인해 근로자 가구에서 이탈한 가계와 가구주가 자영업자인 가계의 수치가 빠져있다.

영세 고용주가 다수 포함된 자영업자 가구를 애초에 분석 대상에서 제외해놓고 최저임금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도 지난달 말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하위 20% 가구의 소득감소와 관련해 "상당 부분 고령자인 비근로자의 소득감소와 영세자영업자 등에 따른 문제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는 별개 문제"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시간당 최저임금을 16.4% 인상하기로 했을 때부터 영세자영업자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졌다.

정부 역시 이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올해부터 일자리안정자금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따지는 과정에선 자영업자를 사실상 외면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자영업자 대출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사업자 등록을 하고 개인사업자 대출만 받은 자영업자, 개인 자격으로 가계대출만 받은 자영업자, 두 가지 대출을 모두 받은 자영업자 등을 통합하는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야 하지만 아직 자료 축적이 미흡하다.

가계대출이 사업 자금인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정확한 집계가 어렵다.

개인 간 거래로 생긴 자영업자 채무 규모는 관련 기관의 집계에서 아예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자영업자 대책으로 자주 거론되는 것 중의 하나는 카드 수수료 인하다.

슈퍼마켓, 제과점, 편의점 등 소액 결제가 많은 업종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다음 달부터 인하된다.

금융 당국은 이번 조치로 약 10만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이 평균 0.3%포인트 내리고 연간 수수료가 200만∼300만원 경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수수료 인하 조치가 연이은 상황에서 자영업자가 체감하는 부담 감소 폭이 정부의 기대만큼 크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카드사에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은 일시적인 효과가 있을지라도 언젠가 한계에 봉착해 자영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카드 수수료 인하가 "미시적 정책으로 자영업자 수익을 높일 방안"이라면서도 "카드사가 과잉 이익을 낸다든지 하면 그럴 필요가 있는데 카드사가 부실화될 수 있으니 이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자영업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원인이나 자영업의 저생산성을 고착화하는 구조적 문제를 똑바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제일 문제는 임대료"라며 "임대료를 내려주는 건물주의 재산세를 깎아준다든지 하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김 교수는 "고령화 추세로 가고 있고 노후소득도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인데 노동 시장이 임금을 높게 주고 빨리 퇴직시키는 구조로 돼 있다"며 자영업 포화상태를 만드는 구조적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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