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비상] 취약계층 전방위 악화로 은행·2금융권 양극화 양상
저축은행·상호금융 가계대출 연체율 악화…은행권은 하향 안정
이자부담 가중·소득재분배 악화로 취약계층 부실 징후
(서울=연합뉴스) 금융팀 = 제2금융권 가계대출 연체율이 전방위로 오르고 있다.
대체로 신용등급이 낮고 소득이 적은 계층이 찾는 곳이 제2금융권이다.
이들이 제2금융권에서 담보 없이 빌리는 돈, 즉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세가 뚜렷하다. 금리 상승과 소득 재분배 악화 속에 금융의 가장 취약한 고리부터 금이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4.9%로 지난해 말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 신용대출 연체율은 0.6%포인트 오른 6.7%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상호금융조합(농·수·신협 단위조합 및 산림조합)도 가계대출 연체율이 1.2%에서 1.4%로, 이 가운데 신용대출 연체율은 1.4%에서 1.7%로 각각 상승했다.
보험사의 경우 가계대출 연체율은 0.5%에서 0.6%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신용대출 연체율은 1분기 말 1.9%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였다.
카드사는 아직 1분기 연체율이 집계되지 않았다. 지난해 말 연체율도 물품대금을 포함한 전체 신용카드채권 기준으로 집계되다 보니 비교적 안정적인 수치(1.1%)로 나타났다.
주로 고금리로 쓰는 카드론·현금서비스의 연체율 추이에 대해 김동궁 금감원 여신금융감독국장은 "따로 수치를 공개한 적이 없다"며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연체율은 1개월 이상 원리금을 갚지 않은 대출의 비율이다. 빚을 한 달 넘게 갚지 않았다는 것은 자금 사정이 잠시 나빠진 탓일 수도 있지만, 이자 부담이 너무 무겁거나 소득이 제대로 받쳐주지 못해 갚지 못한 경우로 봐야 할 공산이 크다.
결국 연체율 상승은 채무자 입장에선 '신용불량자'로 불리던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늘었고, 금융회사 입장에선 대출채권의 부도 위험이 커졌다는 의미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가장 약한 고리인 제2금융권의 개인 신용대출부터 깨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본격적으로 침체하면 2금융권의 담보대출 등 다른 대출이나 1금융권 또는 기업대출 등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체율 상승은 연말 연체채권을 정리한 데 따른 '계절적 효과'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조 연구위원은 "은행과 비은행, 기업과 가계, 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양상이 달리 나타나는 점은 단순히 계절적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은행권의 연체율은 2금융권과 정반대로 하향 안정화하는 모습이다. 은행들의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 등의 연체율은 1분기 말 0.4%로 지난해 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이 기간 0.2%에 머물렀다.
은행 신용대출 연체율이 낮은 것은 일견 당연한 현상이다. 은행은 신용도 1∼3등급에 안정적 소득을 갖춘 '우량 고객' 위주다. 건전성 지표를 위해 비우량 고객은 정리한다. 결과적으로 이들이 쫓겨간 2금융권에서 연체율이 오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내놓은 '금융안정 상황(2018년 3월)' 보고서에서 '은행은 우량 고객, 2금융권은 비우량 고객' 현상이 고착화했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 7∼10등급)인 취약차주의 대출 비중은 2017년 말 비은행이 66.4%를 차지했다. 이 수치는 2014년에도 67.4%였다.
취약차주는 지난해 말 현재 149만9천명으로 1년 전보다 3만3천명 증가했다. 이들의 대출은 82조7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4조2천억원 늘었다.
결국 2금융권의 대출 연체율 상승은 이들 취약차주가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가중, 소득 재분배 악화에 따른 상환능력 약화에 짓눌려 부실화하는 징후로 해석될 수 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최근 취약차주 수와 부채 규모가 늘어나는 가운데 대출금리 상승 시 이들 차주의 채무상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이자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이 현재 전체 차주가 9.5%, 취약차주가 24.4%라고 밝혔다. 이 비율은 금리가 2%포인트 오를 경우 전체 차주가 12.3%로, 취약차주는 27.8%로 상승할 것으로 추산됐다.
zhe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