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박훈정 감독 "액션은 서사를 풀어가는 도구"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영화에서 액션은 서사를 풀어가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액션신은 작품과 결이 맞는 액션, 서사에 맞는 액션이라고 생각해요"
2010년 대한민국 현실을 통렬하게 풍자한 '부당거래' 각본으로 주목받은 데 이어 2013년 '신세계'로 범죄 누아르의 새 장을 열었다는 호평을 받은 박훈정 감독이 미스터리 액션 영화 '마녀'를 선보인다.
5분 분량 하이라이트 영상을 통해 살짝 베일을 벗은 '마녀'는 영상미와 창조적인 액션신이 돋보이는 작품. 작가 출신으로 밀도 있는 서사에 충실한 박 감독이 지금까지 보여준 연출 스타일과는 다소 결이 다르게 느껴진다.
박 감독은 8일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액션 영화로만 보이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작품하고 맞는 액션을 설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따로 떼어놨을 때 멋진 액션신보다 영화 전체에 어우러질 수 있는 액션 장면을 구성하는데 치중했다는 것. '이야기꾼' 박 감독다운 발언이다.
'마녀'는 박 감독이 '신세계' 후속작으로 준비했으나 예정에 없던 '대호'(2015년) 연출을 맡게 되면서 순서가 밀린 작품이다. 박 감독은 '마녀' 시나리오를 쓰면서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한 고민을 녹여냈다고.
"제가 오래전부터 고민하던 것이 성선설과 성악설이에요. 인간은 악하게 태어나서 선하게 변해가는지, 선하게 태어나서 악하게 변해가는지가 지금도 궁금해요. 거창하게 말하면 '마녀'는 거기서부터 시작된 거죠. 이런 고민에 이야기들이 얽히면서 시나리오가 쓰였어요"
'마녀'는 10년 전 한 청소년 보호시설에서 의문의 사고가 발생하면서 시작한다. 수많은 사람이 죽은 시설에서 홀로 탈출한 소녀 '자윤'(김다미 분)은 모든 기억을 잃고 노부부 손에 거둬져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자라났다.
농장일을 도우며 밝고 건강하게 살아가던 '자윤'은 어려운 집안 사정을 돕기 위해 거액의 상금이 걸린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자윤'이 방송에 출연한 직후 의문의 인물들이 그녀 앞에 나타난다. 자윤 주변을 맴도는 '귀공자'(최우식)와 10년 전부터 '자윤'을 찾던 '닥터 백'(조민수), '미스터 최'(박희순 분)까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인물들이 찾아오면서 '자윤'은 혼란에 휩싸인다.
주인공 '자윤'역은 1천500대 1 경쟁을 뚫은 신인 배우 김다미가 차지했다.
김다미는 이날 제작보고회에서 "오디션을 통과했을 때 행운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이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며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살아오다 과거를 아는 인물을 만난 자윤의 혼란스러운 심정을 표현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베테랑 연기자 박희순과 조민수는 신인 김다미 뒤를 탄탄하게 받쳤다.
박희순은 "단언컨대 올해의 신인은 김다미가 될 것"이라며 "이번 작품은 가히 '여인천하'라고 할 정도로 여성 캐릭터의 향연이다. 저는 되도록 자제하고 내려놓아 보자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조민수는 "원래 '닥터 백'이 남자 캐릭터였는데 박 감독이 여성 캐릭터로 변경하기로 하고 연락을 줬다"며 "여성 연기자도 이런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녀'는 오는 27일 개봉하며 15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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