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미투, 캠페인보다 법으로 해결해야"…언론 음모로 인식

입력 2018-06-08 10:08
푸틴 "미투, 캠페인보다 법으로 해결해야"…언론 음모로 인식

수십 년 전 사건들 이슈화에 의구심…미투 운동 확산 '난망'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지만, 러시아에서는 잠잠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 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길게는 수십 년 전에 발생한 문제들이 속속들이 드러나는 데 음모라는 인식을 보이며 이 문제는 언론이 이끄는 캠페인보다는 법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게 푸틴 대통령의 생각이다.





푸틴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4시간 반의 질의응답쇼 '블라디미르 푸틴과의 직통 라인' 직후 기자들에게 미투 운동에 관해 "서방의 몇 개 나라와 할리우드에서 여성권리 옹호에 종사하는 특정 사람들 혹은 특정 단체들이 10년, 20년, 30년 된 문제를 제기하며 운동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고 가디언과 AFP통신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성별이나 종교, 나이와 관계없이 모든 시민의 권리를 지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이런 일이 사건 발생 당시가 아니라 현시점에 전개되고 있는 데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문명화한 국가라면 이들 문제를 지금과 같은 캠페인보다는 법원과 경찰이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성 중심의 '마초 문화'가 깊숙이 자리 잡은 러시아에서는 지난 3월 일부 기자와 PD 등 언론인들이 유력 정치인을 지목하며 피해자라고 나서고 주요 언론사들도 연대했지만, 문제를 확산하는 데는 실패했다.

오히려 크렘린 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유행을 타기보다는 더 일찍 공개적으로 밝혔어야 했다"며 미투 고발자들을 "창녀"라는 식으로 칭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러시아에서 미투 가해자로 지목됐던 레오니트 슬루츠키 하원(국가두마)국제문제위원회(외교위원회) 위원장의 사례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슬루츠키 위원장이 한 여기자를 향해 "결혼할 남자친구가 있더라도 나의 애인이 돼 달라"라고 한 말이 녹음돼 공개되기도 했지만, 그는 하원 윤리위원회로부터 면죄부를 받았다.

당시 러시아 주요 언론들이 하원을 상대로 이례적으로 취재 보이콧까지 했지만, 미투 문제를 키우지는 못했다.

러시아에서 성희롱 주장 자체가 매우 드물다. 성희롱을 규정하는 법 자체가 없으며, 종종 성폭행 사건조차 재판까지 가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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