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룬디 대통령 "오는 2020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

입력 2018-06-08 02:39
부룬디 대통령 "오는 2020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장기집권을 노리고 최근 헌법까지 바꾼 부룬디 대통령이 오는 2020년 임기를 끝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7일(현지시간) 피에르 은쿠룬지자(54) 부룬디 대통령은 지난달 국민투표를 거쳐 통과된 새 헌법에 서명하고 나서 이같이 발표했다고 AFP가 보도했다.

은쿠룬지자는 이날 지지자들과 외교단에 행한 연설에서 자신을 집권여당의 안내자라며 3인칭으로 표현하고서 현 임기가 끝나는 2020년에는 재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앞서 부룬디에서는 지난 2015년 은쿠룬지자가 헌법에 반해 3선 도전에 나서 당선되자 야당은 십수년간 이어진 내전을 종식한 평화협정을 위반했다며 반발하고 거리 시위가 이어지면서 1천 200명이 사망하고 40여만 명이 피난길에 오르는 등 정국이 큰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부룬디 국민은 지난달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 임기를 7년으로 늘리고 이전 임기와 상관없이 연임을 허용하는 헌법 개정안을 73%의 압도적 찬성표로 통과시켰다.

즉, 오는 2020년 임기가 끝나는 은쿠룬지자에게 재선에 성공할 경우 2034년까지 집권할 길을 터준 것이다.

이에 부룬디 야당연합 지도자는 국민투표가 비민주적이고 위협적인 분위기에서 실시됐다며 투표 결과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망명생활을 하는 또 다른 야당 인사도 최근 부룬디 국민에게 은쿠룬지자 대통령을 권좌에서 쫓아내기 위한 다른 수단을 쓸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은쿠룬지자는 집권연장은 자신의 계획이 아니라며 "새 헌법은 피에르 은쿠룬지자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나는 2020년에 새로 취임할 대통령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한 외교관은 대통령의 발표를 "훌륭한 정치적 행보"라고 평가하고서 "헌법을 고치고 국민이 원한다면 재선에 나서겠다고 말한 그가 얼마나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3년간 국가 경제가 파탄에 빠진 지금 은쿠룬지자는 국제사회의 금융지원을 얻기 위해 뭔가를 내놓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웃 나라 르완다에서도 폴 카가메 대통령이 국민의 뜻이라며 지난 2015년 대통령 임기에 관한 헌법을 고쳐 3선에 성공하고서 2034년까지 집권할 길을 열었다.

한편, 부룬디 야권은 은쿠룬지자의 이번 발표를 반신반의한 가운데 망명생활을 하는 야당 인사는 "아루샤 평화협정과 2005년 제정된 부룬디 헌법을 파기한 피에르 은쿠룬지자의 말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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