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여우' 신태용 감독의 스웨덴 대비 '위장 전술'
손흥민-황희찬 투톱 대신 김신욱 투입…등번호도 바꿔
월드컵 조별리그 첫 상대 스웨덴에 '혼선' 주기 전략
(인스브루크=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스웨덴에 우리의 패를 모두 보여줄 수는 없다.'
'그라운드의 여우'로 불리는 신태용(48) 축구대표팀 감독이 7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볼리비아와 평가전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첫 상대인 스웨덴에 혼선을 주기 위한 '위장 전술'을 썼다.
한국의 전력 탐색에 열을 올리는 스웨덴에 혼선을 줌으로써 대표팀 전력 노출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신 감독이 즐겨 쓰는 방법은 '위장 선발'과 등번호 바꾸기다.
이날 볼리비아전 베스트 11에는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의 이름이 빠졌다. 손흥민이 팔목을 다쳐 소집되고도 경기에 뛰지 않은 적은 있지만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건 이례적인 일이다.
손흥민의 선발 제외는 스웨덴을 겨냥한 일종의 속임수다.
신태용 감독은 앞서 지난달 28일 온두라스전과 1일 보스니아전에서 손흥민-황희찬(잘츠부르크) 투톱을 가동해 '플랜A'로 사실상 확정했다.
손흥민은 온두라스전에서 선제 결승 골을 넣으며 2-0 승리에 앞장섰고, 황희찬은 온두라스전과 보스니아전에서 A매치 두 경기 연속 도움을 기록했다.
손흥민-황희찬 듀오가 스웨덴전을 포함한 월드컵 본선에 확고부동한 한국의 공격 쌍두마차로 낙점받은 것이다.
하지만 대표팀 최고의 비밀병기인 손흥민을 선발에서 뺌으로써 스웨덴을 혼란스럽게 하는 한편 '조커'로 활용할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실험하는 두 가지 효과를 봤다.
신 감독도 경기 후 김신욱-황희찬 선발에 대해 "트릭(속임수)으로 보면 되겠다.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후반 14분이 돼서야 이승우(엘라스 베로나)의 교체 선수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또 신태용 전술의 핵인 이재성(전북) 역시 선발 명단에서 빠지고 후반에 기용된 것도 '위장 선발'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선수들의 등번호를 모두 바꿔 출전시키는 전략도 곁들였다.
손흥민은 자신의 등번호 7번 대신 수비수 김영권(광저우)의 19번을 달았다.
또 황희찬은 11번 대신 기성용(스완지시티)의 16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고, 김신욱은 9번이 아닌 배번 14번을 달고 뛰었다.
신태용 감독이 사용한 '위장 선발'과 '등번호 바꾸기' 트릭이 스웨덴과 본선 대결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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