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 백서'로 남은 국정교과서…교육분야 최대 적폐 매듭

입력 2018-06-08 06:00
'진상조사 백서'로 남은 국정교과서…교육분야 최대 적폐 매듭

국정화 추진 정점 朴 빠진 적폐 청산 '용두사미' 지적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를 마무리하면서 교육분야 가장 큰 적폐로 지적됐던 국정교과서 문제를 매듭지었다.

다만, 검찰 수사 의뢰 대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국정화 추진의 정점에 있는 인사들이 대거 빠지면서 진상조사가 용두사미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 각계 비난 무릅쓰고 추진한 국정화…5년 만에 징계·수사 의뢰로 마무리

박근혜 정부는 2013년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과 함께 역사교과서의 좌편향성을 지적하며 교과서 검·인정 체제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듬해인 2014년 청와대와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공론화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는 21명 규모의 국정화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등 국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국정화 추진 계획은 이후 세월호 참사 등으로 주춤했지만 황우여 전 부총리 시절이던 2015년 10월 교육부가 국정화 행정예고를 하며 본격화했다.

행정예고 기간에는 '차떼기' 여론조작도 진행됐다.

행정예고 마지막 날인 2015년 11월 2일 오후 11시께 한꺼번에 출력한 것으로 보이는 의견서가 교육부에 제출됐는데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가 이 가운데 일부를 무작위로 골라 확인한 결과 실제로 찬성 의견을 냈다고 밝힌 이들은 62%뿐이었다.

교육부는 행정예고 직후 역사교과서 국정 발행을 확정 고시하고 곧바로 집필에 착수했지만, 집필진 명단과 편찬기준은 비밀에 부쳤다가 2016년 11월 교과서 현장검토본이 나오면서 공개했다.

이처럼 추진 과정 내내 논란을 일으킨 국정교과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추진 동력을 잃었다.

고심하던 교육부는 결국 '2017년 3월부터 전국 모든 중·고교에 국정 역사교과서를 전면 적용한다'는 당초 계획을 불과 석 달 전인 2016년 12월 철회했다.

대신 2017년 3월부터는 희망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교과서를 시범 사용하고, 2018년부터는 학교 선택에 따라 국정과 검정을 혼용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연구학교 공모에 1개 학교만 지원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교육부는 교과서를 보조교재로 배포했다.

이처럼 교육현장은 물론 정치권과 사회 각계에서 반대하는 국정교과서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까닭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은 교육분야의 대표적인 적폐로 낙인찍혔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교육부는 국·검정 혼용 체제를 다시 검정 체제로 환원했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다.

교육부는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위법·부당행위가 있었음을 자인하며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와 수사의뢰로 국정화 추진을 마무리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지난 5년간의 국정화 추진 과정은 조사위원회가 8일 발표한 진상조사 백서 속에 남게 됐다.

◇ '머리'없이 '꼬리'만 잘라낸 징계·수사의뢰

다만, 교육부가 이번에 박 전 대통령 등을 검찰 수사의뢰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는 국정화 추진의 정점을 건드리지 못한 채 '땜질 마무리'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가 총대를 메긴 했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정권 차원에서 추진한 과제라는 것이 정치권과 교육현장의 시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교육부가 국정 전환을 발표하고 난 뒤인 2015년 11월 국무회의에서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국정화에 힘을 실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가 빼곡히 담긴 것으로 알려진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서는 '역사교과서-국정전환-신념'이라고 적힌 메모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조사위원회도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서남수·황우여 전 부총리 등 25명가량을 수사 의뢰하고 교육부와 산하기관 직원 10명가량을 징계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이나 개인 업무 수첩 등을 수사기관처럼 확보할 수 없는 한계 때문에 수사 의뢰에 필요한 혐의점을 잡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직원 징계의 경우 하급직 실무자가 상급자의 명령을 거스르기 사실상 어려웠던 점을 고려했다.

최승복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TF 팀장은 "위원회는 수사의뢰를 폭넓게 요청하도록 했지만 (교육부는) 위법사항 지시에 대한 직접적 연결고리가 있는 이들로 수사의뢰 대상을 좁혔다"고 말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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