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자물리학계, 제4중성미자 검출 놓고 갑론을박
암흑물질 설명할 수 있는 '비활성 중성미자'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국제 입자 물리학계가 '비활성 중성미자'(sterile neutrino)로 알려진 제4 중성미자의 검출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12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강입자충돌기(LHC)를 통해 힉스 입자가 증명된 이후 새로운 발견이 없었던 터라 이는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7일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페르미랩)의 미니 중성미자가속실험(MiniBooNE) 프로젝트 과학자들은 지난 1일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열린 '2018 중성미자' 회의에서 지난 15년간의 실험 자료를 토대로 전자(electron) 중성미자가 '표준모델(SM)'에서 예측한 것보다 더 많이 탐지됐다고 밝혔다.
이는 중성미자의 한 종류인 뮤온(muon) 중성미자 중 일부가 전자 중성미자로 전환되기 전에 비활성 중성미자가 됐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중성미자는 다른 기본 입자들과 매우 약하게 반응해 '유령입자'라는 별명이 붙어있으며, 전자와 뮤온, 타우(tau) 등 세 가지 종류로 형태가 수시로 바뀐다. 비활성 중성미자는 이론적 존재가 제기됐지만, 실험을 통해 입증되지는 못해왔다.
기존 중성미자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4가지의 입자 간 기본 힘 중 약력과 중력에 상호작용 하지만 비활성 중성미자는 중력 상호작용만 해 다른 중성미자의 형태와 섞였을 때만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캐나다 요크대학의 천체물리학자인 레이 자야와르드하나 교수는 BBC 방송과의 회견에서 "처음에 비활성 중성미자의 존재를 제안한 이유 중 하나는 이 입자가 중력의 영향은 볼 수 있지만 다른 식으로 상호작용은 하지 않아 우주의 암흑물질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MiniBooNE 프로젝트의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제출한 연구결과의 신뢰 수준을 '시그마 4.8'로 봤다. 신뢰 수준이 시그마 5를 넘을 때 '발견'으로 주장할 수 있는데 이에는 약간 못 미치는 것이다. 하지만 20여년 전 미국 로스알라모스연구소의 액체신틸레이터중성미자탐지기(LSND) 실험에서 나온 비슷한 결과까지 고려하면 신뢰 수준은 시그마 6를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남극 IceCube 중성미자 관측소 등지에서 이뤄진 다른 실험에서는 이런 종류의 입자에 관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고, 또 LSND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를 산출하는 데 실패하는 등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광자를 전자 중성미자로 잘못 봤다는 반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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