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음악은 대충 듣는 겁니다"

입력 2018-06-06 18:43
[문화산책] "음악은 대충 듣는 겁니다"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음악은 일하거나 다른 것을 하면서 대충 듣는 겁니다"

이 음악 어떠세요? 음악은 아주 짧은 시간에 들어야 합니다. 음악만을 위한 긴 곡을 듣다 보면 졸립니다.

KBS FM '재즈 수첩'을 진행하는 황덕호 재즈평론가는 이처럼 말합니다.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세인에 전시 시간이 끝난 지난 5일 저녁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재즈평론가 황덕호와 함께 음악을 감상하고 설명을 듣고 질문을 하는 청담예술사랑방을 열었습니다.

18세기 서양에서 바흐와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등 생계형 작곡가들이 등장하면서 음악만을 듣는 감상용 음악이 나왔습니다. 고전음악시대 이들은 화성과 코드만으로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많은 작곡을 했습니다.

피아노 5중주를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처음에 현악기 4개가 연주하고 다음 현악기 4개와 피아노를 혼합해 첫 번째 변주를 합니다. 그리고 주된 악기와 화음을 바꿔가며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등으로 계속 변주를 하며 음악구성의 완성도를 높여갑니다.



그러나 소리만 전달하는 것으로서 음악을 장시간 듣게 되면 졸리게 되고 대중의 인기를 얻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19세기를 거쳐 20세기에 들어서는 음악에 스토리를 넣고 시각적인 표현을 하게 됐습니다

오페라의 아버지 바그너는 자신의 음악을 총체적이라고 했고 에릭 사티는 내 음악은 가구음악이라고 표현하면서 절대음악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들은 음악을 감상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오페라 등을 통해 시각적인 것과 스토리를 넣어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재즈도 마찬가지입니다. 재즈 연주자들은 하나의 틀을 가지고 즉흥적인 변주를 계속 이어가며 곡의 완성도를 높여갑니다. 이렇게 재즈가 음악을 위한 음악을 만들지만, 현대에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팝과 댄스음악 등 스토리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음악이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러면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첫 번째 가사를 붙여 스토리를 만드는 언어적 요소, 둘째 음악을 들으면 자연환경 등을 보는 것 같은 회화적 요소, 셋째 격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감정적 요소, 마지막 네 번째 코드와 화성의 다양한 변화로 완성도를 높이는 음악만을 위한 순음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클래식이라 하는 고전음악과 재즈는 네 번째 요소의 음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음악이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지 못하지만, 언어적, 회화적, 감정적 요소를 부각한 대중음악의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음악 전공자가 아니면 굳이 클래식과 재즈의 높은 난이도의 음악을 공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음악은 청소하면서도 일하면서도 가볍고 대충 즐겁게 들으면 됩니다. 생활 속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즐겁게 들으면 됩니다. 그러다 가끔은 듣고 있는 음악이 어떤 틀을 가지고 변주되고 있고 어떤 악기들로 연주하며 변주를 하고 있다고 하는 정도를 분석해 낼 수 있으면 즐겁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청담예술사랑방에 모인 사람들은 음악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음악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며 어느 사이 전문가가 된 듯한 뿌듯함을 느낍니다.

정영숙 갤러리세인 대표는 "‘세상의 중심은 사람이다 ’를 비전으로 내세우는 갤러리세인은 네이버 아트윈도를 통해 아트 컨설팅 플랫폼을 마련하고 문화와 예술이 더 많고 다양한 대중과 소통하고 다양한 예술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srba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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