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 ILO 국장 "최저임금 영향 진짜 몰라…KDI 어이없는 실수"
스위스 현지 인터뷰…"최저임금 효과 분석은 굉장히 어려운 것"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엔 "따져볼 여지 있어…갑작스러운 면 있어 아쉽다"
(제네바·서울=연합뉴스) 고용노동부 공동취재단 이영재 기자 = 최저임금 인상으로 올해 고용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를 정면 비판한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5일(현지시간) KDI가 '어이없는 실수'를 했다고 거듭 지적했다.
이 국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ILO 사무실에서 고용노동부 출입기자단과 한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의 영향은 진짜 모른다"며 "KDI는 그런 면에서 제가 볼 때 참 어이없는 실수를 한 것 같고 그런 결과를 민감한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표했다는 게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지난 4일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최대 8만4천명 감소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고 이 국장은 5일 페이스북을 통해 KDI 보고서가 "부정확하고 편의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 국장은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고용탄력성이 마이너스로 된 미국이나 헝가리의 수치를 가져와 한국에 적용해 앞으로 (고용) 감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거칠게 얘기하면 고용탄력성이 마이너스인 것을 가져오는 것은 이미 최저임금이 고용 감소 효과가 있다고 가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고용탄력성은) 폭이 넓고 마이너스가 나오기도, 플러스가 나오기도 한다"며 "그런 것도 써서 분석했다면 좀 더 논의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부연했다.
이 국장은 "경제학에서도 최저임금의 실제 효과를 분석한다는 것은 굉장히, 굉장히 어려운 것 중의 하나"라며 "지금 (한국의) 새로운 최저임금이 앞으로 어떤 고용 효과를 낼지 짐작하는 것은 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저임금의 고용 효과를 짐작하기 어려운 것은 나라마다 (시장 구조 등이) 다 다르기 때문"이라며 "'A'라는 나라의 최저임금 고용 효과를 계산할 때 남의 나라 케이스를 분석한 것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한국에서 논란이 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대해서는 "상여금 같은 경우는 (산입의) 여지가 좀 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노사가 다 동의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최저임금 정상화 차원에서 산입 (조정) 문제는 논의해야 하고 따져볼 여지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복리후생비는 좀 유보적"이라며 "복리후생비는 보기에 따라 급여라기보다는 비용에 가까운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임금 결정 문제에서) '노사정 3자 주의'를 늘 강조하는 게 결정 과정에서 노사가 충분히 논의하고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할 때까지, 끝까지 해보고 공통분모가 있을 때 법률 합의 등을 하는 게 가장 좋다"며 "(한국에서는) 이번에 좀 갑작스러운 면이 있지 않았나, 아쉬운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폭에 대해서도 "(적정선을) 얼마로 정할지는 분석으로는 못하고 노사정이 합의해 만들어내야 한다"며 "결국, 노사정 협상이 최고의 과학"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국장은 "최저임금 문제가 꼬이고 또 꼬이는 이유 중 하나가 중소기업 사정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려고 하다 보니 어려운 점이 있다"며 "기본적으로 자본간 시장 구조 자체가 크게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보면 약간의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본간 시장 구조'에 대해서는 "한국의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생산성 격차가 세계적으로 높아 30% 이상 수준"이라며 "대기업이 원가를 깎는 식으로 가격 후려치기를 하면 중소기업이 어쩔 수 없이 100원에 하던 것을 80원에 납품해야 해 중소기업은 똑같은 것을 납품해도 생산성이 낮아지고 대기업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는 "분배를 정상화하는 것은 규범,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를 통해 추가적인 경제성장의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성장뿐 아니라 성장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며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는 정부에 대해 "노동시장 쪽은 저임금층 뿐 아니라 저소득층 전체를 포괄할 수 있는 정책이 나오면 좋겠다"며 "소득분배 관련 경제정책이 좀 더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2000년부터 ILO에서 근무해온 이상헌 국장은 지난 1월 고용정책국장에 임명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ILO가 주창하는 임금주도성장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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