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D-5] ⑧ 남북미 종전선언 가능성에 中 '곤혹 속 관망'

입력 2018-06-07 06:20
수정 2018-06-07 09:07
[북미회담 D-5] ⑧ 남북미 종전선언 가능성에 中 '곤혹 속 관망'



"中, 종전선언 의미 깎아내리며 평화협정에 참여 의지 피력"

中, 러시아와 연대해 남북미 논의구도 타파 시도할 수도

<YNAPHOTO path='PYH2018052710200034000_P2.jpg' id='PYH20180527102000340' title='中, 끼어들기 어려운 형세…'中역할론 흔들'' caption='(다롄<중국 랴오닝성> AP/신화=연합뉴스) 최근 한반도 상황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두 차례 북중 정상회담으로 북한의 '든든한 뒷배'라고 자처하던 중국이 최근 미국과 한국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파격적인 대응행보에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 사진은 지난 8일 중국 다롄에서 회동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남북한과 미국이 참여하는 3자 종전선언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북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중국의 입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전협정 서명 당사국인 중국은 남북미 3자만의 종전선언 추진에 내심 불편한 기색이지만 그보다는 한반도 정전 체제와 평화 구축의 마지막 단계인 평화협정에는 반드시 참여해 한반도에 대한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6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것으로 확정되면서 남북한과 미국이 참여하는 종전선언의 가능성을 크게 보면서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 차례나 중국으로 불러들여 한반도 비핵화 협의의 첫 단계부터 자국이 참여하는 4자 체제로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력한 경고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선언까지 하면서 중국은 다급히 한 발을 뒤로 뺀 상황이다.

특히 중국은 정전협정 서명 당사국이기는 하지만 정전위원회에서 철수하면서 사실상 영향력을 상실한 상황이라 종전선언에 끼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힘든 처지에 놓여있다.

또한, 종전선언은 말 그대로 전쟁을 끝낸다는 의미인데 현재 한국과 북한, 북한과 미국은 적대 관계로 사실상 전쟁 상태를 지속해온 상황이기에 종전의 의미가 있지만, 중국은 남북한, 미국과 전혀 그런 관계가 아니라는 고민도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사실상 남북미 3자 종전선언으로 가는 구도가 짜였다는 것을 중국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중국은 다음 단계인 구체적인 비핵화 검증 과정과 평화협정 협상에는 반드시 자신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력히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중국은 비핵화 협상부터 끼어들고 싶어 했기 때문에 남북미 3자가 종전선언을 한다면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서한 발송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배후에 시진핑 주석이 있다'고 제기하면서 중국의 개입을 막아버렸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중국은 관영 매체를 동원해 종전선언 의미를 의도적으로 깎아내리고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강조하면서 다음 단계인 평화협정에 반드시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 5일 사평에서 "중국은 정전협정 서명국이므로 종전선언이 정전협정을 대체하려면 법률적으로 중국이 없어서는 안 된다"면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문제를 일괄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며 문제해결 과정의 시작점으로 봐야 한다"며 종전선언 효력과 북미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경계했다.

글로벌타임스도 "남북미가 종전을 선언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종전선언이 정전협정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법률상 엄정함이 부족하다"면서 "중국이 평화협정에 사인한다면 협정의 안전성을 보장해 줄 것"이라면서 종전선언을 깎아내리고 중국이 참여하는 평화협정에 무게감을 뒀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반도 전쟁 상태를 조속히 종결하는 것을 지지하며 영구적인 평화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임시적인 정전 상태를 대체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국이자 정전협정 서명 당사국으로서 계속해서 마땅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미 3자 종전선언 과정을 지켜보면서 북한에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내 자국이 평화협정 일원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국은 6자회담 당사국인 러시아와 연대해 남북미 3자 구도로 돌아가는 한반도 비핵화 협의 구도를 깨는 방안도 계속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한 소식통은 "중국은 북핵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6자회담 중재국으로서 독보적인 지위를 누려왔기 때문에 지금처럼 한반도 비핵화 협의가 남북미 구도로 돌아가는 상황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은 종전선언을 제외한 북한의 비핵화 검증과정부터 평화협정까지 모든 과정에 끼어들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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