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아메리카 수영복·드레스 심사 폐지…"외모 평가 않겠다"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의 대표적 미인 선발대회 중 하나인 '미스 아메리카'가 97년간 이어온 수영복 심사와 이브닝 드레스 심사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레첸 칼슨(51)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 조직위원장은 5일(현지시간) ABC방송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 "미스 아메리카는 더이상 미녀 선발대회가 아니다.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대대적인 변화' 결정을 발표했다.
칼슨 위원장은 "출전자 역량을 외모로 평가하지 않겠다"면서 "수영복 심사는 출전자와 심사위원단 간의 실시간 대화로 대체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50개 주와 워싱턴DC를 각각 대표하는 출전자들은 각자의 열정과 지성, '미스 아메리카'의 사명에 대한 견해 등을 피력하게 된다.
또 미인대회의 또다른 상징이던 이브닝 드레스 대신 각자의 개성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옷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미스 아메리카에 당선될 경우 조직위의 '소셜 임팩트 이니셔티브즈'(Social Impact Initiatives)를 어떻게 구현해나갈 지에 대해서도 구체적 계획을 밝혀야 한다.
칼슨은 올초 미스 아메리카 우승자 출신 가운데 처음으로 조직위원장에 올라 '여성의 성 상품화·성적 대상화' 논란을 빚어온 수영복 심사 퇴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그는 "많은 젊은 여성들로부터 '미스 아메리카 대회에 참여하고 싶지만 수영복에 높은 하이힐을 신고 무대에 오르고 싶지는 않다'는 의견을 들었다"며 그 뜻을 거스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역량을 키우고, 리더십 기술을 배우고, 대학 등록금을 지원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각자의 뜻과 의지를 세상에 보여줄 기회를 마다할 사람이 있겠나"라며 "새로운 미스 아메리카 선발 기준"이라고 부연했다.
미네소타 출신 칼슨은 스탠퍼드대학 재학 중인 1988년 미스 미네소타에 선발됐고, 1989년 미스 아메리카에 올랐다.
이후 방송 앵커로 변신, CBS·폭스뉴스 등에서 일한 칼슨은 2016년 로저 에일스 당시 폭스뉴스 회장을 성희롱 및 부당 해고 혐의로 고소,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 '미투 캠페인'(MeToo)을 고무시키고 에일스 회장을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칼슨은 "22개월 전 에일스 회장을 고소하면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 못했다. 하지만 수많은 여성이 영감을 받고 일어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그 과정이 어떤 여성에게라도 희망의 등대가 될 수 있었다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자평했다.
미스 아메리카 조직위는 이번 개편이 더 많은 여성을 참여시키고 힘을 실어주기 위한 노력이라며 특히 젊은 세대 여성들에게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를 기대했다.
미스 아메리카 조직위는 작년 말 전임 CEO 샘 해스켈 등이 내부 이메일을 통해 칼슨을 비롯한 과거 대회 출전자들의 외모, 지적 능력, 개인생활 등을 모욕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경영진 전원이 사퇴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조직위는 지난 1월 칼슨을 신임 위원장으로 발표하고 경영진을 전원 여성으로 교체했다.
지성과 미를 겸비한 미국 최고의 여성을 가린다는 취지로 1921년 처음 시작된 미스 아메리카대회는 미스 유니버스 대회 참가자를 뽑는 미스 USA 선발대회(1952년 시작)와는 차별화된다.
새로운 버전의 첫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는 오는 9월 9일 뉴저지 주 애틀랜틱시티에서 개최되며, ABC방송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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