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제약시장 격전지에 뛰어든 SK…글로벌 종합제약사 꿈꾼다

입력 2018-06-06 10:00
유럽 제약시장 격전지에 뛰어든 SK…글로벌 종합제약사 꿈꾼다

아일랜드 스워즈 공장 인수 1년…통합 작업 마무리하고 본격 시너지 기대

국내외 공장 증설·추가 M&A도 진행…"미래 성장동력 육성"



(더블린=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아일랜드는 지난해 유럽 주요국 중 가장 높은 7.8% 성장률을 기록했다.

유럽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법인세율 때문에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다국적기업들이 앞다퉈 본사 소재지나 데이터센터를 옮기거나 지적재산을 이곳에서 등록한 데 따른 것이다.

한편으로 아일랜드는 글로벌 제약시장의 격전지이기도 하다. 화이자, 노바티스 등 글로벌 톱 제약사들은 대부분 아일랜드에 핵심 생산시설을 두면서 유럽 시장의 전초기지로 삼고 있다.

SK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책임지고 있는 SK㈜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은 1년 전 글로벌 제약업체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으로부터 아일랜드 스워즈(Swords)시에 위치한 공장을 인수하면서 유럽 제약시장에 본격적인 참전을 알렸다.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의지 아래 1993년 이후 바이오제약 사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 온 SK그룹 입장에서 아일랜드 진출은 시기의 문제였을 뿐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평가다.

BMS에서 SK로 인수된 지 1년. SK바이오텍 스워즈 공장은 인수 후 통합(PMI) 작업을 마무리하고 SK의 미래 성장동력인 바이오·제약 분야의 첨병 역할을 할 채비를 마쳤다.



◇ 한국기업, 글로벌 제약사 핵심 생산시설 첫 인수 = 지난 5일(현지시간)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 북쪽으로 13km 떨어진 스워즈시.

아일랜드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주택과 학교, 펍과 뉴스가판대 등이 이어진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눈에 익은 태극기와 SK의 '행복날개' 로고가 나타난다.

밖에서 보기에는 공장 같지 않은 이곳에 유럽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원료의약품 생산시설인 SK바이오텍 아일랜드 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SK바이오텍 스워즈 공장은 SK그룹이 지난해 6월 BMS로부터 인수한 생산시설로, 이후 PMI(인수 후 통합) 작업을 통해 현지 생산설비와 전문인력은 물론 공급계약도 넘겨받았다.

올해 1월 공장 개소에 맞춰 기존 BMS 소속 직원 370여 명이 SK바이오텍 소속으로 전환됐으며, 제품 역시 'SK바이오텍'의 이름을 달고 판매를 시작했다.

스워즈 공장은 반세기 역사를 자랑하는 의약품 생산시설이다. 국내기업이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넘겨받은 첫 생산시설이자 아일랜드 내 유일한 한국기업의 공장이기도 하다.

앞서 지난달 한국 총리로는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아일랜드를 방문한 이낙연 총리는 SK바이오텍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SK바이오텍의 인수는 SK와 아일랜드의 윈-윈 사례"라며 "한국이 그동안 자동차산업,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는데 그다음으로 갈 길은 바이오"라고 말했다.

SK바이오텍 스워즈 공장은 심혈관, 간염, 당뇨병 치료에 쓰이는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을 한해 8만1천리터(ℓ) 규모로 생산, 북미와 유럽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 글로벌 성장 위한 유럽 전초기지로 낙점 = 정유·화학을 모태로 성장해 온 SK그룹은 SK하이닉스 인수로 반도체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SK그룹이 또 다른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분야는 바로 바이오·제약 분야. 1998년 의약중간제를 시작으로 의약품생산사업에 뛰어든 SK는 2005년 원료의약품 사업에 진출했고 이후 사업을 계속해서 확장해오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R&D) 뿐 아니라 생산과 판매, 마케팅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종합제약사인 FIPCO(Fully Integrated Pharma Company)로 도약한다는 것이 SK의 목표다.

글로벌 고령화 추세와 만성질환의 증가로 제약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중 SK바이오텍이 속한 위탁생산업체(CMO)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7%에 가까운 고성장이 예상될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쟁쟁한 유럽 및 미국 제약업체들에 비해 내놓을 수 있는 '실적'이 부족했다. 한국에서야 SK 간판을 모르는 이가 없었고, 기술력과 품질에는 자신 있었지만 글로벌 제약 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또 다른 계기가 필요했다.

이에 SK그룹은 스워즈 공장에 관심을 기울였다. 글로벌 제약업체인 BMS 소유로 고부가가치 의약품 생산 및 운영 노하우를 갖춘 스워즈 공장은 SK 입장에서는 최적의 M&A 대상이었다.

스워즈 공장은 2003년 이후 BMS에서 개발한 8종의 신약 생산 경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항암제를 제조하는 대형제약사들만 보유한 최고 등급의 HPAPI(High Potent 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 제조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스워즈 공장 인수로 SK바이오텍은 최고 수준의 고부가가치 의약품 생산이 가능하게 됐을 뿐 아니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 등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엄격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역량도 갖추게 됐다.

SK바이오텍은 스워즈 공장에 기존 SK바이오텍 코리아가 보유하고 있던 최고 수준의 저온연속반응공정 등을 도입하면 고품질의 원료의약품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인수 후 통합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시너지 기대 = SK바이오텍 공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왼쪽 가슴에는 'SK 로고'가 달려 있다.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SK로의 인수에 대한 반대는 없었을까.

박준구 SK 바이오텍 대표는 "제약강국 아일랜드에서도 자부심이 강한 생산시설이라 한국 기업의 인수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면서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직원들에게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면서 조직 속으로 녹아들어 갔다. 걱정이 무색할 만큼 인수 후 통합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법 규정상 M&A 후에도 일정 기간 인력 고용승계를 보장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직원들이 별다른 불안감을 느끼지 않은 점도 통합 작업을 원활하게 한 요소였다는 설명이다.

아일랜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도움이 됐다.

아일랜드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지재권 등록 등으로 성장률 자체는 높아도 고용 증대는 이뤄지지 않는 문제를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백여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생산설비를 인수한 SK가 추가 증설까지 계획하고 있다는 점은 아일랜드 정부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이와 관련해 SK바이오텍은 아일랜드 공장에 1만4천ℓ 규모의 생산시설을 추가, 당뇨치료제에 쓰이는 원료의약품 등을 집중적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 진행 중인 국내 세종공장의 추가 증설까지 완료되면 SK 바이오텍은 매년 100만ℓ에 달하는 원료의약품 생산업체로 성장하게 된다.

올해 초 미국 뉴저지에 판매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최근 유럽에도 마케팅 판매지사를 설립하는 등 SK바이오텍은 글로벌 제약시장을 양분하는 북미와 유럽시장에서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SK바이오텍의 중장기 목표에 대해 박 대표는 "미국, 유럽, 아시아 내 생산기지 및 R&D 역량을 보유하는 한편,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 생산까지 아우르면서 글로벌 톱 10 CMO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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