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겐 아직 먼 사전투표…"형식적 아닌 실질적 개선을"

입력 2018-06-07 06:13
장애인에겐 아직 먼 사전투표…"형식적 아닌 실질적 개선을"

전국 선관위, 투표소 이동·수어통역사 배치 등 개선 노력



(전국종합=연합뉴스) 선거 당일 투표하기 어려운 시민들을 위해 전국 어디에서나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도입된 '사전투표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사전투표는 오는 8∼9일 치러지는데, 장애인들에게는 아직 장벽이 적지 않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의 지상 2층이나 지하 1층에 투표소가 마련되거나 입구에 급경사가 있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강원 지역은 사전투표소 196곳 중 1층이 아닌 지하 또는 2층 이상에 투표소가 마련된 곳은 39곳(19.8%)에 이른다. 층별로는 지하 1층 2곳, 지상 2층 24곳, 3층 이상 13곳 등이다.

특히 춘천시 조운동 주민센터와 홍천 서석면 사무소 등 2곳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2층에 사전투표소가 마련돼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대구 지역의 경우에는 사전투표소 139곳 중에서 장애인 접근에 큰 어려움이 없는 지상 1층은 31곳에 불과하다.

장애인 접근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지하는 10곳, 지상 2층 이상은 98곳 등 모두 108곳이다. 이 중에서도 그나마 승강기가 설치된 곳은 53곳에 불과하다.

광주지역은 사전투표소 95곳 가운데 장애인 불편이 예상되는 6곳을 점검한 결과 4곳에서 불편사항을 발견해 개선하기로 했다.

예컨대 광주시 주월2동 사전투표소는 장애인용 휠체어 경사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투표 당일 임시경사로를 설치할 예정이다.

물론 장애인의 참정권과 이동권을 보장하려는 조치는 시민단체와 언론의 문제 지적에 따라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선관위는 접근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투표소는 1층에 임시투표소를 설치하고 투표안내원을 배치한다.

또 장애인 통로, 도움벨, 점자유도블록, 장애인 화장실, 한국수어통역사 배치 등 투표소 내 다른 장애인 편의시설도 마련하고 있다.

세종시 부강면에서는 지난 선거에선 복지회관에 투표소를 설치했다가 접근성 등을 이유로 부강초등학교 1층 체육관으로 옮겼다.

선관위 관계자는 "될 수 있으면 1층에 투표소를 마련하려고 노력했으나 불가피한 곳은 2층 이상에 설치했다"며 "사전 투표일이나 본 선거일 전까지 부족한 편의 시설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장애인 유권자와 차별 없이 참정권을 보장하려면 아직 멀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투표소에서 1층에 기표대만 설치해놓고 그것을 마치 장애인의 접근권을 다 해결한 것처럼 얘기해서는 곤란하다"면서 "투표함이 2층이라면 온전한 참정권은 제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김영희 대표는 이어서 "장애 유형과 그 특성에 맞도록 불편사항이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면서 "형식적인 조치가 아니라 실질적인 차별이 없도록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숙희 김재선 손형주 이덕기 이재림 이재현 최종호 기자)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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