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중고차 운행거리조작 만연…유럽의회, 단속강화권고 결의
"불가리아 등 일부 국가에선 수입차량의 80% 운행거리 조작돼"
평균 250만~600만원 더 비싸게 거래…예상 못한 수리비용도 부담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중고차량의 운행거리를 실제보다 적게 조작한 뒤 실제 차량 가치보다 비싸게 파는 중고차 운행거리 조작이 유럽에서 만연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중고차량을 실제 가치보다 더 비싸게 사는 것은 물론 예상하지 못 한 수리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등 '이중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유럽의회까지 나서 유럽 전역에서 중고차 운행거리 조작을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결의를 채택, EU 집행위와 회원국에 권고하고 나섰다.
5일 유럽의회에 따르면 의회는 최근 결의에서 EU 내 한 회원국에서 다른 회원국으로 중고차량을 수출하는 추세가 증가하면서 중고차 운행거리 조작을 단속·차단하기 위해선 EU 회원국간 협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한 회원국 내부에서 거래된 중고차량의 5~12%에서 운행거리 측정장치 조작이 발견되는 반면에 다른 회원국에서 수입된 중고차의 경우 운행거리 측정장치가 조작된 비율이 30~5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불가리아나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 일부 회원국의 경우 조사 결과 수입된 중고차 가운데 운행거리계가 조작된 경우가 8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행거리가 조작된 차량은 당초 가격보다 평균 2천~5천 유로(250만~625만 원 상당) 더 비싸게 팔리고 있어 소비자들은 매년 56억~96억 유로(7조~12조 원 상당)를 더 부담하는 셈이라고 유럽의회는 밝혔다.
또 소비자들은 차량을 비싸게 사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선 예상하지 못했던 차량 수리 비용까지 부담하게 된다고 유럽의회는 덧붙였다.
차량 운행거리 조작은 현재 EU 28개 회원국 가운데 25개 회원국에서 금지하고 있으나 처벌은 회원국마다 큰 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슬로바키아의 경우 차량 운행거리를 조작했다가 적발되더라도 최대 벌금 226유로(28만여원)를 내면 되지만 프랑스에서는 최고 징역 2년형까지 가능하다.
유럽의회는 EU 내부에서 중고차량 운행거리 조작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국가별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EU 내에서 이를 교환하도록 하고, 전체 EU 회원국에서 운행거리 조작을 범죄행위로 규정해 처벌할 것을 제안했다.
또 유럽의회는 차량 검사 때 운행거리를 정기적으로 등록하는 것을 포함하도록 하고, 차량 제조업체마다 가진 운행거리 조작방지를 위한 기술적 해결책을 통합할 것을 제안했다.
이번 결의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와 각 회원국에 중고차 운행거리 조작의 문제점과 대책 마련의 시급성에 대해 경종을 울린 계기는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bings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