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구속영장 기각' 이명희 '갑질' 보강조사…재소환 검토(종합)

입력 2018-06-05 23:02
경찰, '구속영장 기각' 이명희 '갑질' 보강조사…재소환 검토(종합)

이씨, 피해자 5명과 합의…"분노조절장애로 치료 필요" 주장·의사소견서

수사기록·변론서 등 검토…검찰, "피해자 진술 엇갈린다" 추가조사 지휘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구속 위기를 피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내 이명희(69) 일우재단 전 이사장이 법원의 구속 심사를 앞두고 피해자 5명과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 측은 전날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일부 피해자가 작성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경찰은 이 전 이사장이 피해자들과 합의를 시도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가 피해자들을 만난 시점은 경찰이 피해자의 진술과 관련 증거를 확보한 이후이므로 이를 증거인멸을 위한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찰은 이 전 이사장이 2011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피해자 11명에게 24차례에 걸쳐 폭언하거나 손찌검을 해 다치게 한 것으로 파악했으며, 이 중 1명은 수사 초기 단계부터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힌 상태였다.

나머지 피해자 10명은 경찰 조사를 받을 때만 해도 처벌을 원한다고 했지만, 절반에 해당하는 5명이 최근 이 전 이사장 측과 합의에 이르렀다.

이 전 이사장 측은 합의하지 않은 나머지 피해자 5명에 대해서는 합의를 대신해 법원에 공탁금을 걸 가능성이 커 보인다.

법원은 피해자들이 공탁금을 받아가면 사실상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이를 양형에 반영한다.

합의에 따라 경찰이 이 전 이사장에게 적용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특수상해·상해·특수폭행·상습폭행·업무방해·모욕 등 7가지 혐의 중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모욕 혐의는 제외될 가능성이 커졌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처벌(기소)할 수 없는 범죄다.

나머지 혐의는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기소가 가능한 만큼 경찰이 적용한 다른 죄명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피해자와 합의했으므로 법원에서 형량이 가벼워질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이 전 이사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으니 치료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사 소견서도 함께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는 언급한 적이 없는 내용이다.

그는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고 언론에 영상이 공개된 극히 일부 혐의만 인정하고 있는데, 이를 방어할 목적으로 변호인이 병원 진단서를 내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전날 법원에 제출한 수사기록과 이 전 이사장 측의 변론서 등을 넘겨받아 이날 오후부터 보강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경찰에 피해자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으니 추가 조사하라고 수사 지휘를 내렸으며, 신병처리 여부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보강 수사를 하면서 피해자 진술 외에 이 전 이사장의 폭행·상해 혐의를 입증할 추가 증거자료 수집에 주력할 전망이다.

다만, 대부분 사건이 오래전에 발생한 데다 개인적인 공간에서 벌어져 진술 외에 다른 증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들을 추가 조사한 뒤 이 전 이사장을 다시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유와 이 전 이사장 측의 주장을 면밀히 검토해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