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튀니지 골키퍼, 라마단 기간 동료들 음식 먹게 '부상 연기'

입력 2018-06-05 16:43
[월드컵] 튀니지 골키퍼, 라마단 기간 동료들 음식 먹게 '부상 연기'

금식 끝나는 일몰 시각 맞춰 쓰러져…선수들 대추와 물 섭취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2018 러시아 월드컵에 나서는 튀니지 축구 대표팀의 골키퍼가 라마단 금식이 끝나는 일몰 시각에 맞춰 동료들이 음식물을 먹을 수 있도록 일부러 다친 연기를 펼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대중지 '더선'은 5일(한국시간) "튀니지 대표팀의 골키퍼 무에즈 하센이 평가전 도중 라마단 금식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동료들이 음식물을 먹을 수 있도록 '가짜 부상' 연기를 펼쳤다"고 전했다.

이슬람교도의 5대 종교적 의무 가운데 하나인 라마단 기간에는 일출부터 일몰까지 식사는 물론 물도 마실 수 없다. 올해 라마단은 5월 17일 시작돼 30일 동안 이어진다.

이 때문에 튀니지 대표팀 선수들은 지난 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치러진 평가전을 치르는 동안 음식물을 먹지 못하고 경기에 나섰다.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한 튀니지 선수들을 위해 골키퍼가 나섰다.

후반 5분 튀니지 골키퍼 무에즈 하센은 골대 정면에서 날아오는 볼을 펀칭하는 과정에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골키퍼는 그라운드 안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주심은 의료진을 불러들여 치료하게 했다.

이때 튀니지 선수들은 재빨리 벤치 쪽으로 달려가 물과 대추를 먹기 시작했다. 골키퍼가 쓰러진 시간은 라마단 금식이 끝나는 일몰 시각이었다.

더선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일몰 시각을 정확히 계산해서 후반전 시작 초반에 골키퍼가 쓰러지도록 작전을 짰다"고 설명했다.

하센의 부상 연기 덕에 간신을 먹은 튀니지 선수들은 후반 9분 페널티킥으로 먼저 실점했지만 후반 11분과 후반 34분 연속골을 터트려 경기를 뒤집었다.

튀니지는 후반 막판 동점골을 내주며 2-2로 비겼다.

더선에 따르면 하센의 '부상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센은 지난달 28일 포르투갈과 평가전에서도 일몰 시간에 맞춰 후반 13분 쓰러졌고, 이때도 선수들은 벤치로 달려가 간식을 먹을 수 있었다.

튀니지는 전반에 1-2로 끌려갔지만 간식을 먹고 나서 후반 19분 동점골을 꽂아 포르투갈과 2-2로 비겼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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