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 '테이크아웃' 커피처럼 가볍게
미메시스, 단편소설 시리즈 출간…정세랑·배명훈 등 20권 예정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출판사 미메시스가 2030세대를 겨냥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편소설 시리즈 '테이크아웃'을 출간했다.
정세랑 '섬의 애슐리', 배명훈 '춤추는 사신', 김학찬 '우리집 강아지'까지 세 권을 지난 1일 처음으로 펴냈고, 내년 상반기까지 매달 2∼3권씩 총 20권을 출간할 예정이다. 각 책은 손바닥 크기 판형에 80∼96쪽 분량으로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게 제작했다.
이 시리즈에는 한예롤, 노상호, 권신홍 등 일러스트레이터 20명도 함께한다. 각 소설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그림이 이 시리즈 한 축을 담당한다.
출판사 측은 "누구나 부담 없이 공평하게 즐길 수 있는 매체인 '이야기'는 무한히 확장될 수 있으며 누구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자신만의 것을 지어 갈 수도 있다"며 "이러한 이야기의 훌륭한 습성을 작고 간편한 꼴 안에 담아 일상의 틈이 생기는 곳이면 어디든 '테이크아웃'해 독자들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 첫 편인 정세랑 작가의 '섬의 애슐리'는 짧은 분량임에도 읽는 즐거움을 적지 않다. 작가 특유의 재치와 날카로움이 살아있다.
이야기 배경은 어느 섬이다. 주인공 '애슐리'는 섬에서 태어났지만, 전형적인 본토 사람 얼굴을 지녔다는 이유로 섬 사람들과 좀처럼 잘 섞이지 못한 채 살아왔다. 그래도 한 유람선에서 근본 없는 춤을 섬의 전통춤인 양 추는 일을 하며 그럭저럭 삶에 만족해 왔는데, 어느 날 큰 사건으로 삶이 달라진다. 지구에 다가오는 소행성을 필두로 큰 재난이 닥치면서 본토가 파괴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섬으로 대거 이주한다. 이들을 돕기 위해 섬 청년회에서 봉사단을 조직하는데, 애슐리도 여기 동원된다. 애슐리는 우연히 한 아이를 돕는데, 이 장면이 한 사진작가의 카메라에 담겨 전 세계에 알려지고 이후 '섬의 애슐리'라는 제목의 다큐 사진 시리즈로 이어진다. 유명 인사가 된 애슐리에게 섬의 야심찬 청년 '아투'가 접근한다.
'섬의 애슐리' 사진이 외부 사람들에게 읽히는 방식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특히 재미있다.
"'애쉬(애슐리)는 모르죠? 저 바깥사람들은 애쉬의 얼굴에서 차별과 화해, 오리엔탈리즘과 세계 시민 의식, 물질적 가난과 정신적 해방, 비극과 희망을 읽어요. 당신이 딱이에요.'
남의 얼굴에서 이상한 걸 많이도 읽네, 나는 어이가 없었다." (50쪽)
정세랑 작가는 이 소설 주인공에 관해 "목소리가 희미하고 수동적인 자신을 똑바로 자각함으로써 겨우 섬의 폭력에서 벗어나는 인물이 아닌가 한다. 평생을 은은한 폭력 속에 살아온 사람이 어렵게 어렵게 껍질을 벗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각 7천800∼8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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